상의 송년 기자 간담회 … 반도체 경기 부진 관련해 "오래 갈 일로 보지 않아"
"제가 과거로 돌아간다면 창업이라는 도전을 했을 것 같습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인기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주인공처럼 30년 전으로 돌아가 다시 태어나면 무엇을 하고 싶으냐는 물음에 내놓은 답변이다.
최 회장은 21일 대한상의에서 진행한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저도 있던 걸 받은 형태가 되다 보니 있는 걸 더 잘 키워야 하는 얘기로 계속 왔다"며 "젊어지면 홀랑 말아먹을 수도 있지만 도전을 할 것 같다"며 웃었다.
최 회장은 1998년 부친인 최종현 선대회장이 별세한 후 SK그룹을 이끄는 창업 2세대 경영인이다. 최종현 회장은 1973년 창업주이자 형인 최종건 회장이 타계하자 뒤를 이어 당시 선경(현 SK)을 세계 일류 에너지·화학 회사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워 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뤘다.
최종현 회장의 장남인 최태원 회장도 선대회장의 '뚝심 경영'을 이어받아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등 신산업 투자를 가속했다. 올해 5월 자산총액 292조원으로 재계 서열 2위에 올랐다. 최 회장은 주변의 반대에도 2012년 SK하이닉스(구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했고, 조 단위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SK하이닉스를 그룹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효자'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적자 전망이 나오며 주가가 하락하는 것에 대해 "걱정"이라면서도 " 반도체 경기는 업앤다운(Up & Down)이 있는데 최근 그 사이클이 아주 짧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업계가 안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게 오래 갈 일로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글로벌 복합위기에 대해 "이미 거의 모든 나라는 누구하고는 헤어진다고 생각하는 '헤어질 결심'을 했다. 이제는 시장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을 '헤어질 결심'에 비유하며 시장 변화에 따른 맞춤형 대응을 강조한 것이다.
최 회장은 "헤어질 결심이 끝나 있는 지금, 시장 변화가 가장 큰 위기"라며 "이제 작은 시장도 개척해 우리 것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였던 글로벌 시장이 쪼개지다 보니 내 것을 지키려는 보호무역주의가 강해지고 시장도 변화한다"며 "모든 것이 한꺼번에 일어나다 보니 변화 파고가 크고 형태도 달라 무역과 수출 위주인 우리가 소화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위기로 어려움을 겪은 2022년에 대해 "암울했던 코로나19 터널을 회복하는데 새로운 복병이 들어오고 있다"며 "단순한 복병이 될지 팬데믹 같은 쇼크를 줄지 걱정스러운 한해"라고 분석했다. 이어 "위기와 쇼크는 계속 올 것이고, 쇼크를 견디면서 살아나가는 게 우리 체질이 돼야 하지 않나 싶다"면서 "올해는 쇼크를 견디는 체력을 비축하는 데 경험과 대책을 쌓는 한해였다"고 평했다.
최 회장은 세계 시장이 변했다고 거듭 강조하며 우리도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프리카를 예로 들며 "이제는 (그동안) 보지 않았던 시장을 더 들여다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