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전기차 메이커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5000억달러(약 652조원) 고지를 넘어선 지 2년 만에 오너 리스크로 인해 5000억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블룸버그·로이터 통신과 CNBC 방송,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의 14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날보다 2.58% 하락한 156.80달러로 장을 마쳤다. 올해 초 대비 반 토막이 난 테슬라 주가는 연간 하락폭을 55%로 키웠다.
주가 폭락으로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이날 4951억달러(약 643조원)로 축소됐다.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5000억달러를 밑돈 것은 2020년 11월 이후 약 2년 만의 일이다.
이런 상황에도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금주 초 사흘 동안 테슬라 주식을 5조원 가까이 내다 팔아 주가하락 압력을 키웠다. 올해 들어 4번째, 트위터 인수 이후 2번째 매각이다.
테슬라는 2년 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편입을 앞두고 주가가 급등하면서 시가총액 5000억달러 고지를 넘어섰다. 블룸버그통신은 "테슬라 주가 폭락이 투자자들에게 광범위하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테슬라 주가는 올해 들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타격을 받았고, 최근에는 중국 시장에서의 전기차 수요 둔화가 겹치며 하락폭이 커졌다. 특히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이후 테슬라 경영을 소홀히 한다는 우려가 시장에 퍼지면서 '머스크 리스크'가 주가를 짓눌렸다.
CNBC 방송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 계약을 완료한 10월 27일 이후 테슬라 주가는 28% 넘게 하락했다. 이 와중에 머스크가 지난 12일부터 사흘 동안 테슬라 주식 2200만주를 매각했다고 증권 감독기관이 이날 공시했다. 금액으로 35억8000만달러(약 4조7000억원)어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머스크가 지난해 11월 테슬라 주가가 최고가를 찍은 이후 지금까지 390억달러 어치, 올해 들어서만 150억달러 어치의 주식을 매각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7%였던 머스크의 테슬라 지분율은 13.4%로 낮아졌다.
머스크의 주식 매각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머스크는 지난 13일 트위터를 통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인상하는 격변의 상황에서 부채를 경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머스크는 지난 10월 440억달러 규모의 트위터 인수 당시 차입매수(LBO) 방식을 활용함으로써 트위터가 대출을 떠안게 됐다. 이로 인해 트위터의 부채는 기존 17억달러에서 130억달러로 불어나 연간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이자가 10억달러를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로이터통신은 "테슬라는 주요 자동차 회사와 정보기술(IT)기업 가운데 올해 최악의 주가 흐름을 보인 종목 중 하나"라며 "머스크의 괴상한 행동이 테슬라 브랜드와 전기차 판매에 상처를 줄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