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권유로 정치 입문하고 윤석열 대통령 후보 공보 실장 맡아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이례적으로 용인시 청사 찾아 교통망 확충 지원 약속
용인도약 상징하 듯 우상혁 높이뛰기 국가대표 영입, 대외 브랜드 가치 올려
시청 직원과 '소통 고속도로' 깔아 대면행정…공무원들 "일선의견 신속반영"

용인특례시가 용틀임하고 있다. 인구 100만 이상 도시에게 적용되는 특례시로 올해 거듭난 용인시는 그에 걸맞은 '중량급 시장'이 나서 '광폭 시정'을 펼치고 있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돼 '취임 6개월'을 맞은 이상일 시장은 중앙정치 무대에서 더 이름이 알려진 정치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해 19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공보실장을 맡아 대선 홍보전을 이끌었다.
중앙언론에서 오랫동안 정계를 살폈고 지난해에는 국민의힘에서 인재영입과 대외협력에 수완을 발휘했다. 그만큼 정계의 인맥이 두터워 이 시장의 시정에는 거침이 없다.
용인의 면적은 서울에 꼭 2% 모자란다. 서울과 크기가 같다고 해도 무방하다. 용인 외에 경기도에서 내로라하는 지자체를 꼽으면 수원,고양,성남시인데 이들 세 곳을 합친 면적이 용인에 못 미친다. 그래서 용인은 경기도에 뿌리를 둔 정치인들이 더 큰 꿈을 꾸는 정치무대로서도 손색이 없다. 시정의 규모가 웬만한 대도시 못지 않다. 실제로 전국 지자체 서열도 높은 편이다. 최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피스앤파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최한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간담회에서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은 윤석열 대통령,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과 함께 헤드 테이블에 앉았다. 대한민국특례시시장협의회 회장인 이 시장은 지난 9일에 전국대도시시장협의회 20대 회장으로도 선출됐다.

이달 초 시의회를 상대로 시정연설을 하는 날 시장집무실을 찾았다. 그런데 접견실은 물론 집무실까지 어두침침했다. 기자가 왜 이렇게 어둡냐고 물으니 이 시장은 "집무실 전구 15개를 없앴다"며 "블라인더를 걷으면 일할 만 하다"고 말했다.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일에도 정성을 쏟는 그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었다. '탄소제로'를 강조하면서 정작 이를 실천하는 사람을 많지 않다며 '실천하는 지방행정'을 강조했다.
그가 시정 연설에서 피렌체의 르네상스를 이끈 주역의 하나인 미켈란젤로의 말을 인용한게 떠 올랐다. "사소한 것이 모여 완벽함을 이루지만 완벽함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
즉 용인의 여러 분야에서 작은 변화와 사소한 변화가 모여야지만 용인의 더 큰 변화와 완벽함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가 내세우는 시정 슬로건인 '용인르네상스'는 이렇게 어둡고 좁은 곳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이상일 시장의 시정 시험대는 호우와 함께 찾아왔다. 지난 8월 집중호우로 동막천이 넘쳐났고 고기교 일대의 교통이 마비됐다. 고기교 주변 주택과 상가에 흙탕물이 덮쳤다. 수십억의 주민 재산피해가 났다.
지역의 난제로 꼽히던 상습 교통정체 장소 '고기교'에 숨통을 불어 넣어야 했다.
흙탕물을 퍼 나르던 이상일 시장은 고기교 범람과 교통체증 대책을 한꺼번에 세워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문제를 풀려면 인근 지자체인 성남시와의 협력이 이뤄져야했다. 그간 두 지자체간 협상데이블도 제대로 열지 못 할 정도로 꽉 막혀있었다. 고기교는 용인 동천동과 성남 대장동을 연결하는 다리다. 다리가 비좁아 출퇴근 시간과 주말에는 교통지옥이 따로 없다. 이 시장의 '타협과 협력의 정치'가 작동했다. 오랜 친분이 있는 신상진 성남 시장과 경기도의 김동연 지사와 함께 문제 해결에 나서 고기교를 새로 짓기로 업무협약을 했다. 대장동을 지역구로 둔 안철수 의원도 힘을 보탰다. 다리를 더 높게 짓고 더 넓히면 동막천 범람과 교통지옥이 한꺼번에 풀리게 된다.

이 시장의 현장 행정이 올린 개가였다. 하지만 고기교 뿐 아니라 이 시장 앞에 놓인 숙제는 한 둘이 아니다. 지역별로 소규모 개발이 오래 지속되다보니 용인은 '난개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상일 시장은 "과거 중앙정부에서 광역교통개선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고 50만㎡ 미만으로 쪼개서 도시개발을 추진하다보니 전체적인 '교통 그림'를 그리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그래서 이 시장은 용인시의 교통망 확충과 재정비를 앞세워 '용인 혁신'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이 최근 용인시 청사를 찾은 것도 이상일 시장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장관이 지자체 청사에 들린 것은 드문일이다. 이상일 시장은 원 장관을 앞에 두고 숙원사업 보따리를 풀었다. 이 시장은 이 자리에서 ▲용인을 동서로 관통하는 '반도체 고속도로' 구축 ▲철도 경강선의 용인 연장 ▲제2용인~서울 고속도로 건설의 시급성을 원 장관에 설명했다. 이에 대해 원 장관은 "고질적인 '고기교 교통 문제'를 해결한 시장의 행정수완에 놀랐다"며 "이 시장이 취임한 이후 용인시가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는데 용인시의 노력을 응원하고 지원할 것" 이라고 화답했다.

용인특례시의 도약을 상징하듯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의 영입도 이뤄졌다. 이상일 시장은 지난 10월 직접 나서 육상 높이뛰기 국가대표 선수이자 높이뛰기 세계랭킹 1위인 우상혁 선수를 영입했다. 다른 지자체에서 더 후한 조건을 제시했음에도 우상혁 선수가 용인특례시에 둥지를 튼 것은 이 시장의 인적 네트워크가 작동했기 때문이란 후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 시장은 "신뢰와 믿음을 준 것이 주효했다"며 "우상혁 선수가 세계기록을 내는데 지원을 아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용인시가 '반도체 도시'로 발돋움하는데 우상혁 선수만큼 상징적인 선수가 어디있는냐며 우상혁 선수는 용인 특례시의 대외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상일 시장은 '용인의 재도약'을 위해 시청공무원들과의 '소통 고속도로'도 깔고 있다. 시장실을 활짝 열어 대면보고 위주의 행정을 펼치고 있다. 시청의 한 공무원은 "다른 시장때는 특정자리에 위치한 간부가 거의 회의를 주재해 책임있는 시정이 어려웠으나 이상일 시장이 직접 실무진의 의견에 귀 기울여 현장의 의견이 신속하게 반영되고 있다"고 '달라진 행정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상일 시장은 "시장이 앞에서 끌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니까 직원들이 한결 자신감있게 시정을 펴는 모습을 보게됐다"며 "저와 110만 주민, 그리고 용인시 공무원이 함께 힘을 모을때 만이 '용인 르네상스'는 말이 아닌 현실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와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 설 무렵 그는 피로회복용 한약재 한 알을 입에 털어 넣었다. 이 시장은 "집에서 챙겨줘 먹는데 일선현장을 한 곳이라도 더 가려면 더 활력이 있어야 한다"며 비서진에게 다음 찾을 곳이 어디냐고 물었다. 용인 특례시=고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