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회사의 B사장은 요즘 고민에 빠져있다. 영업팀장 자리가 하나가 비었는데 후보감으로 오른 차장 C와 D 중에 누구를 팀장으로 임명할지에 관해서다.
경력은 둘 다 비슷하나 C는 현장 경험이 많고 따르는 후배 직원들도 많은 점이 장점이나 성격이 좀 급해 외부 거래선과 이런 저런 마찰이 우려된다.
반면 D는 영업기획력 면에서는 정평이 나 있으나 현장 영업경험이 C보다 떨어지는 것이 단점이다. B는 C와 D의 장단점을 계속 머리 속에 생각하며 며칠째 누구를 팀장으로 임명할지 고민 중이다.
위와 같은 고민은 회사에서 인사 결정할 때 흔히 보는 모습이다. 간부 후보자들의 장단점을 모두 나열하고 어느 것이 더 큰가 고민하는 것이다. 때로는 장점이 많은데도 단점 하나가 크게 부각되면 임명을 생각하다가도 포기한다.
그런데 이렇게 당연시하는 전형적인 인사 결정 모습이 경영자들이 크게 범하는 실수이다. 그 원인은 평소 물건 구매 하나도 장단점 분석을 하던 평소 습관이 영향을 미쳤겠지만 경영 상 결정은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배운 이유도 있다. 경영학에서 흔히 말하는 SWOT분석이 그 중 대표적이다.
신규사업 진출 등 의사 결정을 할 때는 Strength(장점), Weakness(단점), Opportunity(기회), Threat(위협)를 잘 분석해서 득실 판단을 해야 한다는 이 이론은 기업의 거의 모든 의사결정을 지배하는 행동원리로 자리 잡았다.
인사결정도 이런 경영 결정의 한 종류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여 간부 인사를 장단점 분석을 하여 결정하는 회사는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드러커가 "인사 결정은 경영 결정과 다르다. 인사 결정은 사람의 '강점'에 기반을 둬야 한다"는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피터드러커는 직원의 성과를 결정하는 것은 그 사람의 단점이 아니라 강점이라는 것을 여러 기업들을 깊게 연구한 결과 밝혔던 것이었다.
인사 결정을 장단점 분석으로 결정하여 결국 성과 창출에 실패하는 회사는 다음의 특징들도 같이 보인다.
첫째, 우수한 성과와 능력 있는 직원을 문제가 있거나 신규 개척 분야에 투입한다. '그 친구는 능력이 있으니 그 프로젝트(또는 문제 지역)를 해결할 수 있을거야'라고 투입하여 문제도 해결 못하고 직원마저 죽이는 실수를 거의 모든 회사에서 흔히 범한다. 우수 인력은 문제가 있는 곳이 아닌 기회가 있는 곳에 투입해야 하는데도 말이다.
둘째, 조직 성과평가도 무엇을 잘했느냐보다는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느냐에 더 신경을 쓴다. 회사는 대입 수능생이 아니다. 학생이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면 모든 과목을 고루 잘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회사는 각 조직이 어느 한 분야를 특출나게 잘하면 그 실적들을 모아 전체 성과를 내는 조직이다.
셋째, 직원의 장단점 위주로 인사결정을 하는 회사는 직무가 우선이 아닌, 사람에 직무를 짜 맞추기도 한다. 이런 회사들은 채용과정에서 우수한 자질을 가졌다고 판단되는 지원자가 있으면 당장 업무에 큰 필요가 없는데도 덜컥 채용을 해서 비싼 인건비만 지출한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직원의 장점에 기반을 두지 않은 회사는 직원의 근무 동기를 훼손하고 성장을 멈추게 만들 뿐 아니라 조직의 운영도 비효율적으로 흘러간다.
인사의 대원칙인 '적재적소의 인사 원칙'은 바로 장점 위주의 인사 결정을 할 때만 실현됨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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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를 졸업 후 중앙일보 인사팀장 등을 역임하는 등 20년 이상 인사·노무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는 율탑노무사사무소(서울강남) 대표노무사로 있으면서 기업 노무자문과 노동사건 대리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회사를 살리는 직원관리 대책', '뼈대 노동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