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2 10:30 (수)
[김성희의 역사갈피]'타이레놀'의 위기관리 교훈
[김성희의 역사갈피]'타이레놀'의 위기관리 교훈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 jaejae99@hanmail.net
  • 승인 2022.12.05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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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독극물 든 타이레놀 먹고 4명이 숨지자 제약사 존슨 앤 존슨의 이미지 추락
캡슐 1억 달러어치 이상 리콜 … 유통업자에 청산가리 투입 어려운 '알약 교환' 전보
비용 더 들여 뚜껑 등 포장 강화하고 "포장이 조금 파손되도 복용금지" 경고문 붙여
적극적 위기관리로 신뢰재구축…7%이하로 곤두박질쳤던 점유율 1년도 안돼 회복
타이레놀은 1955년 맥닐 연구소가 아스피린 대체 상품으로 개발했다. 사진=타이레놀/이코노텔링그래픽팀.

타이레놀은 해열진통제의 대명사라 할 수 있다. 정확한 시장점유율이야 모르지만, 코로나 사태 때 약국에서 동이 났다는 소식을 종종 들었으니 그럴 만하다. 이 타이레놀이 마냥 승승장구한 것만은 아니다.

타이레놀은 1955년 맥닐 연구소가 아스피린 대체 상품으로 개발했다. 후유증이 없어 인기를 끌자 건강 관련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대기업 존슨 앤 존슨이 맥닐을 인수해 자회사로 운영했다. 잘 나가던 타이레놀에 먹구름이 드리운 것은 1982년 9월 말.

그 주에 미국 시카고 지역 주민 4명이 타이레놀을 먹고 잇달아 숨지는 사고가 터졌다. 사망 원인은 타이레놀 캡슐에 들어 있던 청산가리로 밝혀졌다. 추적 결과 제조 과정에서는 고의든 사고든 독극물이 투여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게다가 문제의 타이레놀은 서로 다른 두 공장에서 제조되었기에 동시에 똑같은 제조 실수가 벌어질 리 없다는 점도 감안되어 존슨 앤 존슨은 누명을 벗을 수 있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존슨 앤 존슨의 대응이다. 우선 유통되던 타이레놀 병 3,100만 개-1억 달러어치 이상-를 리콜했다. 또 캡슐 형태의 타이레놀을 청산가리를 투입하기 힘든 알약으로 교환해준다는 전보 50만 건을 전국의 병원, 유통업자에 보냈다. 어떠한 새로운 정보라도 밝혀진다면 즉시 알리겠다고 약속하는 편지를 각종 언론사에 보냈다.

이 같은 수습 조치로 사태가 가라앉자 존슨 앤 존슨은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했다. 정체 형태의 제품을 주력으로 미는 한편 약병 뚜껑과 병목의 포장을 강화하고 "조금이라도 포장이 파손되었으면 절대 복용하지 마십시오"란 경고문을 붙이는 등 3중 포장으로 독극물이 투입될 여지를 줄였다. 병 한 개당 2.4센트의 추가 비용을 들여가면서 말이다. 나아가 독극물 투여 사건 이후 타이레놀을 쓰레기통에 버렸다는 소비자들에게는 한 병값에 해당하는 쿠폰을 보내줬다.

적극적 위기관리의 성과는 극적이었다. 35.3%였던 타이레놀의 시장점유율은 독극물 투여로 인한 사망 사건 직후 7% 이하로 곤두박질쳤으나 채 일 년도 안 된 1983년 5월 거의 회복되어 1986년에는 35%까지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정보를 감추지 않고, 신속하고 정확하게 해결 방안을 찾아 실행하면서 소비자들의 신뢰를 찾으려고 공격적으로 노력한 끝에 타이레놀이란 브랜드가 여전히 살아남아 위세를 떨친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당시 존슨 앤 존슨의 대응은 위기관리의 귀감으로 꼽힌다.

이건 경영 실패에서 배우자는 취지로 기획된 시리즈 중 하나인 『BUSINESS is WAR』(로버트 F. 하틀리 지음, 아인앤컴퍼니)의 내용 일부다. 이제는 거의 잊힌 이야기지만 툭하면 산업현장에서 인명 사고가 나고 식음료에 혐오스런 이물질이 발견되어 쩔쩔매곤 하는 우리 기업들은 한 번쯤 눈여겨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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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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