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05 17:10 (일)
[김성희의 역사갈피]정육공장 해체라인 본뜬 '포드 공장'
[김성희의 역사갈피]정육공장 해체라인 본뜬 '포드 공장'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 jaejae99@hanmail.net
  • 승인 2022.11.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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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차에 매달려 이동하면서 부위별로 해체되는 광경을 보고 '부품 조립' 착안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에 의한 모델 T의 대량생산은 부품 표준화 가능성 열어
포드는 철광석서 자동차까지,즉 '원료 조달서 유통까지' 일관된 흐름을 꿈꿔
인류사에서 '제어 혁명'의 분기점은 흔히 '자동차 왕'이라 불리는 헨리 포드가 20세기 초 자동차공장에 도입한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이다. 사진=포드/이코노텔링그래픽팀.

『컨트롤 레볼루션』(제임스 R. 베니거 지음, 현실문화)란 책이 있다. 전 지구촌을 장악하고 있는 자본주의의 기원을 '컨트롤', 즉 광대한 사람, 사물, 정보, 지식을 꿰고 관리하는 '제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파악한 책이다.

미국의 역사학자인 지은이에 따르면 인류사에서 '제어 혁명'의 분기점은 흔히 '자동차 왕'이라 불리는 헨리 포드가 20세기 초 자동차공장에 도입한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이다. 이 이동식 조립라인 덕분에 포드사는 자사의 모델 T의 대량생산이 가능했고 이는 자동차 가격을 낮춰 결과적으로 현대인의 생활을 바꿔놓았다. 디스토피아 소설 『멋진 신세계』를 쓴 영국 작가 올더스 헉슬리는 자신의 작품에서 미래 세계의 연도 표시를 'B.C.'(그리스도 기원전)와 'A.D.'(그리스도 기원후) 대신 'B.F.'와 'A.F.'-포드 이전과 포드 이후-라고 했을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고 보았다.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에 의한 모델 T의 대량생산은 부품 표준화 및 그 교환 가능성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한데 이 개념 자체는 포드가 창안한 것이 아니었다. 1840년대부터 구현되기 시작해 미국 기계공 헨리 릴랜드는 교환 가능한 부품 시스템을 발전시켜 1903년 캐딜락 3대를 해체하고 부품을 뒤섞은 후 재조립해 주행하는 공개 시연을 여는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를 극한까지 밀어붙인 이는 헨리 포드였다. 1913년 하이랜드 파크 공장에 이동식 조립 라인을 도입한 포드는 "7,882단계의 개별 업무로 세분화된 조립 과정 중 약 12%인 949단계만이 강하고 유능하며 물리적으로 완벽한 사람이 필요할 뿐"이라고 표준화와 단순화를 자랑했다. 그에 따르면 나머지 670단계는 다리 없는 사람, 2,637단계는 다리가 하나 있는 사람, 2단계는 팔이 없는 사람, 715단계는 팔이 하나 있는 사람, 10단계는 앞을 못 보는 사람으로 충분했다.

이는 생산 과정에서 '자동화'를 명분으로 인간이 배제되는 첫 단추였음은 그 후의 진행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다. 아이러니 한 것은 포드의 이동식 '조립'라인이 1890년 초반에 도입된 시카고 정육공장의 '해체'라인을 보고 착안했다는 점이다. 도축된 가축들이 정육공장의 이동 활차에 매달려 이동하면서 부위별로 해체되는 광경을 보고 '조립'에 착안했다니 포드가 남다른 혜안을 지녔다고도 할 수 있겠다. 이뿐 아니라 포드는 철광석에서 매장의 자동차까지, 즉 원료 조달에서 유통까지 일관된 흐름을 꿈꿨다고 한다.

단 이렇게 자동차 대중화를 이끈 포드는 하이랜드 파크 공장에서 모델 T만 생산했는데 이는 검은색 일색이었다. 그러니 이동식 조립 라인의 그늘이라 할 노동자 소외와 획일화는 '이란성 쌍둥이'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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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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