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이 동반 부진해지며 영업이익이 반토막났다.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위축되고 가격도 하락한 결과다.
삼성전자는 3분기 매출이 76조7817억원, 영업이익은 10조8520억원이라고 27일 밝혔다. 매출은 지난해 3분기보다 3.8% 증가했고, 3분기 기준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1.4% 급감했다.
삼성전자의 실적이 악화한 것은 메모리 반도체의 부진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3분기 반도체(DS) 부문 매출은 23조200억원을 기록했다. DS 부문 영업이익은 5조1200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47%를 차지했다.
직전 분기에 DS 부문 영업이익이 9조9800억원, 전체 영업이익의 70%를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실적이 수직 하락한 것이다. 3분기 반도체 영업이익률은 22%로 전분기(41.4%)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3분기 글로벌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에 넘겨줬다. TSMC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한 6131억4000만 대만달러(약 27조5000억원)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함께 메모리 시장을 주도하는 SK하이닉스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SK하이닉스가 26일 발표한 2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은 10조9829억원, 영업이익은 1조6556억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7.0%, 영업이익은 60.3% 각각 감소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장기화와 각국의 금리인상 여파로 경기가 침체한 가운데 반도체 D램과 낸드 제품 수요가 부진해 판매량이 줄고 가격도 하락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내년 투자 규모를 올해보다 50% 이상 줄이기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4분기 반도체 산업 전망도 어둡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은 글로벌 경기와 밀접하게 연동돼 스마트폰과 PC 등 정보기술(IT) 제품 수요가 위축되고 기업들의 서버 투자도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다.
하반기 들어 메모리 반도체 가격도 급속도로 하락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3분기 D램 가격이 2분기 대비 10∼15% 하락한 것으로 추정했다. 4분기 D램 가격은 이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져 전 분기 대비 하락폭이 13∼18%에 이를 것으로 트렌드포스는 관측했다. 트렌드포스는 3분기 낸드플래시 가격도 전분기보다 13∼18% 하락한 데 이어 4분기에는 15∼20%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