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직원이 사직 권유를 자칫 '해고 통보'라 생각하지 않도록 언행 주의를
직원관리의 흐름은 채용부터 교육, 승진 등의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퇴직까지 이르는 과정인데 어떻게 보면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인생 흐름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이런 흐름 중 제일 중요한 것은 채용이다. 능력과 지식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직업윤리까지 가진 직원을 채용할 수 있다면 회사는 직원관리에 신경을 쓰는 대신 그 시간에 마케팅과 기술개발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다분히 원칙론적인 이야기이고 실제 직원 채용과정을 보면 자기소개서 몇 줄과 단 10~20분 만에 끝나는 면접으로 대개 뽑는데, 그 결과 직원의 능력이나 협조성 등이 당초 회사 기대에 크게 못 미치거나 심지어 각종 사고를 일으키게 되면, 회사는 부득이 해당 직원을 조직에서 배제하는 문제를 생각하게 된다.
이때 회사는 징계보다는 먼저 직원이 스스로 회사를 떠나도록 설득하는, 즉 '권고사직'의 방법을 1차적으로 생각한다.
징계를 통해 직원을 해고할 경우 '부당해고'라는 노동법적 싸움이 벌어졌을 경우 조직이 입을 피해도 우려되고 설사 확실한 징계해고감이라 해도 '같이 일해 온 동료직원이었는데 징계해고는 심하지 않은가'라는 온정주의적 생각도 회사로 하여금 징계 대신 권고사직 방식을 택하도록 한다.
그런데 회사가 문제 직원에게 스스로 사직을 할 것을 권고하려고 할 때 미리 고민해야 할 점들이 있다.
첫째, 사직을 권고하는 이유이다. 권고사직은 결국 최종적으로 직원이 회사의 권유를 수용해야 퇴직의 효과가 발생하므로 직원이 이를 거부하게 되면 인간관계의 파괴, 근무사기의 저하 등 차라리 아니함 만도 못한 결과가 발생한다. 따라서 회사가 직원의 자진 퇴직을 권유하는 이유가 직원이 생각하기에도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직원이 큰 사고나 비위행위를 저질러 징계해고에 준할 정도의 잘못이라면 회사의 사직권유는 잘 받아들여지겠으나, '업무실적 부족' 또는 '능력 부족' 등은 직원이 자존심상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사유이다. 따라서 그러한 사유로 직원의 퇴직을 유도하려면 평소에 업무 목표를 분명히 부여하고 업무 지도와 교육 등을 통해 부족함을 평소에 충분히 느끼게 한 후, 사직을 권유해야 한다. 그런 노력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실적 부진 등의 이유로 사직을 권고하면 직원이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누가 권유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사직을 권유하는 것은 직원의 명예감정을 자극하고 가족의 생계까지도 위협하기 때문에 권고를 받는 직원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만약 직원이 징계해고도 가능할 정도의 비위를 저질렀다면 인사부서에서 사직을 권고할 수 있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사직 권고는 업무적 관계 외에 인간적 관계도 있는 현업부서장이 하는 것이 좋다. 현업부서장이 평소 인간적 배려와 관심을 직원에게 많이 보였을수록 직원의 수용도는 높아진다. 그런 이유로 문제가 있는 직원이 분명히 있는데 그 직원에 대해 사직을 권유할만한 간부가 한 명도 없다고 한다면 그 회사는 평소에 노무관리가 제대로 안됐다고 할 수 있다.
셋째, 권유의 방법이다. 노동법에서는 직원을 해고할 경우 반드시 서면에 의해서만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구두 등 그 외의 방법으로 통보하는 것은 해고 사유의 정당성 여부와 관계없이 '부당해고'라고 간주한다. 그런데 언어적 방법으로 할 수 밖에 없는 '사직권유'를 자칫 직원이 '해고통보'라 생각하여 '서면에 의하지 않는 부당해고'라고 법에 호소할 경우 회사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는 말이 있듯이 사직을 권유하는 간부의 발언 내용과 말투가 직원으로 하여금 '해고'라고 생각 들게 해서는 절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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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를 졸업 후 중앙일보 인사팀장 등을 역임하는 등 20년 이상 인사·노무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는 율탑노무사사무소(서울강남) 대표노무사로 있으면서 기업 노무자문과 노동사건 대리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회사를 살리는 직원관리 대책', '뼈대 노동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