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04:10 (금)
[손장환의 스포츠 史說] 진 팀의 박주영 해트트릭이 더 각광받은 이유
[손장환의 스포츠 史說] 진 팀의 박주영 해트트릭이 더 각광받은 이유
  •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 inheri2012@gmail.com
  • 승인 2022.10.27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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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상무가 FC서울을 5대3으로 이기는 이변에도 언론은 그날 박주영 활약 조명
이승엽, 김연경, 손흥민, 김민재 등 미디어는 경기 결과 보다 스타 움직임에 더 관심
스포츠 뉴스가 경기보다는 선수에 대한 비중을 더 키운 것은 인터넷과 SNS의 발달과 연관이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김연경 공식 홈페이지/이코노텔링그래픽팀.

지난주 국내 스포츠는 프로야구 포스트시즌과 프로축구 울산 현대 우승 등 뉴스거리가 많았다. 그러나 경기 소식보다는 스타들의 뉴스가 더 눈길을 끌었다. 프로야구 두산의 새 감독이 된 이승엽, 국내로 돌아온 배구 여제 김연경, 이탈리아 축구 나폴리의 연승을 이끄는 김민재, 부진이 계속되는 손흥민 등등.

국내 최고의 타자로 은퇴한 이승엽은 그동안 KBO 홍보대사와 방송 해설로 활동했으나 지도자 생활은 하지 않았다. 올해 9위에 그친 두산이 김태형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고 발표함과 동시에 이승엽 감독 얘기가 흘러나왔다. 공식발표를 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언론사들은 연일 경쟁적으로 이승엽 감독 이야기를 쏟아냈다. 그만큼 이승엽은 뉴스 가치가 있다.

지난해 도쿄 올림픽의 영웅 김연경은 국가대표 은퇴를 했음에도 여전히 뉴스메이커다. 그의 거취와 말 하나하나가 다 뉴스가 된다. 프로배구 개막전에서 흥국생명이 페퍼저축은행을 3-0으로 이겼다는 내용은 간단하고, 나머지는 모두 김연경의 일거수일투족이었다. 김연경을 보러온 팬들의 이야기, 김연경의 활약상, 소감 등이었다.

스포츠 뉴스가 경기보다는 선수에 대한 비중을 더 키운 것은 인터넷과 SNS의 발달과 연관이 있다. 경기 결과는 거의 실시간으로 알려지므로 경기를 리뷰하는 형태의 뉴스는 이미 뉴스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렸다.

독자들도 뉴스를 통해서 뒷이야기나 선수들의 스토리를 궁금해한다. 그렇다고 모든 선수가 궁금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언론은 자연스레 스타 선수들을 따라다니기 마련이다.

축구 기자 시절, 당시는 프로축구에서 FC 서울과 수원 삼성이 가장 인기 팀이었다. 실력도 좋았고, 이들의 라이벌전은 모두의 관심사였다.

한 번은 상무가 FC 서울을 5-3으로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상무에서는 당연히 상무의 승리가 크게 보도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대부분 언론은 FC 서울 박주영의 해트트릭을 제목으로 뽑았다.

화가 난 상무 부대장이 항의했다.

"이럴 수가 있느냐. 상무가 이겼는데 왜 진 팀 선수 위주로 기사를 썼느냐."

상무로서는 화가 날 만했다. 내가 그 입장이라도 그랬을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약팀이 강팀을 꺾은 건 뉴스다. 다른 뉴스가 없었다면 당연히 크게 썼을 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박주영이 해트트릭을 해버렸다. 해트트릭 자체도 희귀한데다 더구나 스타인 박주영의 해트트릭이었다. 상무의 승리보다 훨씬 뉴스 가치가 크고, 독자들의 관심도 더 많을 것으로 판단했다.

모처럼 상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기회였다. 그렇다면 박주영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하지 말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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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86년 중앙일보 입사. 사회부-경제부 거쳐 93년 3월부터 체육부 기자 시작. 축구-야구-농구-배구 등 주요 종목 취재를 했으며 93년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98년 프랑스 월드컵,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한일 월드컵,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을 현장 취재했다. 중앙일보 체육부장 시절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으며Jtbc 초대 문화스포츠부장을 거쳐 2013년 중앙북스 상무로 퇴직했다. 현재 1인 출판사 'LiSa' 대표이며 저서로 부부에세이 '느림보 토끼와 함께 살기'와 소설 '파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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