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건설사 및 증권사의 부도설이 담긴 '루머 확산'에 공포심도 고조

강원도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가 회사채 시장을 급속 냉각시켜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에 실패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회사채 AA- 등급 3년물 금리는 20일 오후 연 5.588%로 오르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BBB- 등급 3년물의 금리도 연 11.444%로 연고점을 찍었다.
AA- 등급과 BBB- 등급 3년물 금리는 지난달 중순만 해도 각각 4%대, 10%대였다. 레고랜드 사태가 터진 지난달 말 각각 5%대, 11%대로 진입한 뒤 상승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신용채권금리와 국고채 금리의 차이를 나타내는 신용스프레드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신용스프레드 확대는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 증가를 뜻한다.
한국은행 채권시장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회사채(AA-) 스프레드는 114bp(1bp=0.01%포인트)로 2009년 9월 이후 최대 수준이었다. 이는 과거 장기 평균(2012∼2021년 중 43bp)은 물론 코로나19 위기 시 고점(78bp)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최고 신용등급 기업들마저 최근 회사채 발행에 실패한 것은 시장 경색이 심각함을 보여준다. 한국전력공사(AAA)는 지난 17일 연 5.75%와 연 5.9%의 이례적 고금리를 제시하며 4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시도했으나 1200억원 어치가 유찰됐다.
한국도로공사(AAA)도 같은 날 1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섰으나 전액 유찰됐다. 과천도시공사(AA)도 최근 6%대 금리로 600억원 어치 회사채를 발행하려 했지만 투자자를 찾지 못해 유찰됐다.
레고랜드 사태는 지난달 강원도가 빚보증 의무 이행을 거부하면서 촉발됐다. 레고랜드 사업 주체인 강원도중도개발공사(GJC)가 2020년 건설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유동화회사(SPC) 아이원제일차를 설립, 2050억원 규모 ABCP를 발행하고 강원도가 보증을 섰다.
이에 강원도는 GJC가 빚을 갚지 못하면 대출금 상환에 필요한 금액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지만, 지난달 28일 보증 의무를 이행하는 대신 GJC에 대해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사태는 지자체에 국가신용등급에 준하는 높은 신용도를 부여해온 시장의 신뢰를 일시에 흔들었다. 미국발 금리인상으로 회사채 시장이 경색된 판에 레고랜드 사태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회사채 시장에 불안감이 퍼지면서 증권가를 중심으로 중소형 건설사 및 증권사들의 부도설이 담긴 '지라시'(정보지)가 확산하며 시장 불안감을 키웠다.
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잔액은 지난 6월 기준 112조원, PF유동화증권 등을 합치면 150조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20일 1조6000억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시장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