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2 14:10 (화)
[이필재의 CEO 스토리] 윤영달 크라운해태홀딩스 회장의 '아트 경영'
[이필재의 CEO 스토리] 윤영달 크라운해태홀딩스 회장의 '아트 경영'
  • 이코노텔링 이필재 편집위원
  • jelpj@hanmail.net
  • 승인 2022.10.06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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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의 ' 아름다움 추구 ' 본성 간파해 임직원의 예술 지수 ( AQㆍArtistic Quotient ) 자극
밋밋한 직사각형의 과자 ' 쿠크다스 '에 초콜릿으로 S자 형의 물결 무늬 새겨 넣어 매출 늘려
경쟁사들 가격 올렸지만 인상 안해…윤 회장 "다른 비용 줄일 것, '위기는 기회' 역발상 중요"
윤영달 크라운해태홀딩스 회장은 아트 경영의 성공 사례로 크라운제과의 쿠크다스를 즐겨 든다. 사진=크라운제과/이코노텔링그래픽팀.

2005년 크라운제과가 국내 최초의 제과회사 해태제과를 인수했다. 당시 크라운은 제과업계 순위 4위, 해태는 2위였다. 해태의 매출액은 크라운의 무려 3배에 달했다. 한 신문은 이 사건에 대해 "새우가 고래를 먹었다"고 썼다. 크라운의 해태 인수는 윤영달 크라운해태홀딩스 회장의 회심의 역작이었다. 이 인수는 승부사로서의 윤 회장의 면모를 잘 보여줬다.

크라운제과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부도를 겪었다. 그 후 7년 만에 채권단과의 화의도 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해태라는 고래를 삼킨 것이다. 화의를 끌어낼 당시 윤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운전이 서툴다 보니 안개 낀 날 차가 벽에 부딪쳤을 뿐입니다."

회사의 몸집을 키워 제과업계 1위에 등극시킨 그는 아트 경영을 시도했다. 구성원의 AQ(Artistic Quotient)를 높임으로써 기업의 성과도 높일 수 있다는 경영론이다. 여기서 AQ란 예술적 표현 능력의 수준을 가리킨다. 말하자면 예술가적 지수라고 할 수 있다. 윤 회장이 만들어낸 말이다.

"음악가, 화가, 문인 등 직업적인 예술가는 AQ가 높죠. 노래를 듣는 관객에게 필요한 게 EQ(Emotional Quotient·감성지수)라면 노래를 부르는 가수에게 요구되는 게 AQ입니다. EQ가 수동적인 기질이라면 AQ는 적극적인 기질이죠. 예술 작품을 감상하려면 EQ가 필요하지만 작품을 만들어 내려면 AQ가 높아야 합니다. 직업 예술가의 AQ를 100으로 가정한다면 저마다 자신의 AQ가 어느 수준인지 스스로 가늠해 볼 수 있어요."

그는 아트 경영의 성공 사례로 크라운제과의 쿠크다스를 즐겨 든다. 이 밋밋한 직사각형의 과자에 초콜릿으로 S자 형의 물결무늬를 그려 넣게 했다. 생동감을 불어 넣은 것이다. 또 이 물결의 선은 가늘게, 골은 굵게 그려 율동감이 느껴지도록 했다. 과자 자체의 맛과 품질과는 무관한 '장식'이었다. 그런데 이 곡선 덕에 매출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AQ 경영이란 한 마디로 인간의 본성에 호소하는 경영입니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게 돼 있어요.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맛봐요."

그는 오너 기업인이다. 윤태현 크라운제과 창업주의 아들로 1995년 크라운제과의 대표이사를 맡았다. 기업인이지만 아트 경영의 창시자답게 문화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2007년 국내 최초의 민간 국악관현악단 락음국악단을 창단했고, 지난 봄엔 국내 최고 명인·명창들의 공연인 제1회 한음회도 열었다. 한음은 국악의 애칭으로 전통 한국 음악을 줄인 말이다. 그는 사단법인 K-스컬프처(sculpture·조각) 조직위원회의 위원장도 맡고 있다. "한국의 조각은 세계 시장에서도 통하는 경쟁력을 갖췄다고 자부한다"고 그는 말했다.

'승부사' 윤영달을 세상 사람들에게 각인한 또 하나의 사례는 2008년 가을 중국발 멜라민 파동 때의 대처다. 크라운해태의 한 제품에서도 멜라민이 나왔다. 당시엔 국내에 멜라민 검출의 기준치가 없었다.

"검출 기준이 필요하다 싶어 당국에 이런 입장을 전달했어요. 그랬더니 우리 제품에서도 멜라민이 검출됐다고 당국이 발표했습니다. 실은 우리가 먼저 발견한 거예요."

크라운해태 측은 멜라민 검출 사실을 시인하고 사죄했다. 또 그의 지시로 전국적으로 사과 공연을 열었다. 공연 전에 멜라민 파동을 다룬 신문기사를 화면에 띄운 채 회사 임원이 무대에서 정중하게 사과했다. 공연은 이 회사의 락음국악단이 맡았다.

윤 회장은 AQ 경영을 전 업종에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술이 뛰어난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는 시대는 저물었습니다. 메이저 과자 회사의 경우 이제 기술은 물론 품질의 격차도 거의 없어요. 그래서 기술 개발은 기본이고 회사가 성장하려면 전 구성원의 AQ 즉 G(Group)AQ가 높은 조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는 애플이 일찍이 아이폰 뒷면의 코너를 깎아 둥글고 매끄럽게 만든 걸 예로 들었다.

"감촉이 좋아 손에 쥐면 기분까지 덩달아 좋아지죠. 그 후에 나온 폰들이 다 이 디자인을 모방했습니다."

오리온, 농심 등 메이저 제과 회사들이 원료가격 급등으로 9월 들어 가격을 인상했지만 크라운제과는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크라운해태 측은 다른 비용을 줄여 원가 상승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윤 회장은 원가 급등세와 관련해 "위기가 기회라는 역발상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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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이필재 편집위원.
이코노텔링 이필재 편집위원.

■ 이코노텔링 이필재 편집위원 ■ 중앙일보 경제부를 거쳐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월간중앙 경제전문기자, 이코노미스트ㆍ포브스코리아 경영전문기자, 이코노미스트 인터뷰 전문기자 등을 지냈다. <최고가 되려면 최고에게 배워라-대한민국 최고경영자들이 말하는 경영 트렌드>, <CEO를 신화로 만든 운명의 한 문장>, <아홉 경영구루에게 묻다>, <CEO 브랜딩>, <한국의 CEO는 무엇으로 사는가>(공저) 등 다섯 권의 CEO 관련서를 썼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국잡지교육원에서 기자 및 기자 지망생을 가르친다. 기자협회보 편집인,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이사로 있었고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초빙교수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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