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02 09:10 (일)
[권능오 노무사의 노동법률 이야기] ①'회사의 헌법' 취업규칙
[권능오 노무사의 노동법률 이야기] ①'회사의 헌법' 취업규칙
  • 권능오 노무사
  • nomusa79@naver.com
  • 승인 2022.09.16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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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와 직원 간에 해고 등의 문제로 법적 다툼 발생하면 잘잘못 가리는 가장 중요한 판단 근거
근로자 10인 이상이면 회사서 취업 규칙 만들어 고용노동부에 신고하고 회사원들에게 알려야
영세기업들 정부 표준취업규칙이나 남의 취업규칙 베껴쓰다 막대한 경영 손실 입는 경우 허다
취업규칙의 내용은 크게 근로조건에 대한 부분과 징계규정 등 직원 복무규율 2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br>
취업규칙의 내용은 크게 근로조건에 대한 부분과 징계규정 등 직원 복무규율 2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정치권의 이른바 '검수완박' 싸움부터, 이준석 국민의 힘 당 대표가 제기한 가처분 사건, 그리고 종부세 논쟁까지 우리나라 정치, 사회 갈등의 대부분은 외관 모습은 달라도 공통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법률을 중심으로 하는 싸움이다. 한마디로 법률을 누구 편으로 더 유리하게 만드느냐, 아니면 해석되게 만드느냐 하는 싸움이다. 이런 싸움은 법률이 결국 국가나 사회를 움직이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법률이 회사에도 있다. 바로 '취업규칙'이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은 회사 규모가 10인 이상이면 회사에서 취업규칙을 작성해서 고용노동부에 신고하고 근로자들에게도 알려 주도록 되어 있다.

취업규칙의 내용은 크게 근로조건에 대한 부분과 징계규정 등 직원 복무규율 2가지로 나눠 볼 수 있는데, 국가법률로 치면 헌법,민법,형법을 다 합해놓은 것과 같은 회사 내 유일 규범이다. 취업규칙은 직원들이 회사 내에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규정해놓았는데 나중에 회사와 직원 간에 해고 등의 문제로 법적 다툼이 발생하면 노동위원회나 법원에서는 누가 잘잘못을 했는지 가리는 가장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된다.

이렇게 중요한 취업규칙이라면 처음 만들 때 회사들이 굉장히 신경 써서 만들 것 같은데 실제 만드는 과정을 보면 그렇지 못하다. 왜냐하면 법에서 강제로 취업규칙을 만들게 강제하는 인원기준 10명일 때의 회사는 인사팀이라는 조직도 없고 잘해야 상근 관리직원 1명이 이것저것 회사 잡무를 정신없이 할 시기이고 사장은 취업규칙보다 더 급한 영업이나 자금 흐름에 신경을 쓸 시기여서 취업규칙은 대충 고용노동부 표준취업규칙을 가져다 쓰거나 남의 회사 취업규칙(이 취업규칙도 성의 없이 만든)을 가져다가 자기 회사 이름만 바꿔 신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내용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회사 담당자도 제대로 모른 채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가 회사와 근로자 간에 법률적 다툼이 벌어지면 그때서야 취업규칙을 들여다보고 경악을 하는데, 회사가 이렇게 깜짝 놀라는 이유는

첫째, 취업규칙에 근로자의 비위행위를 규제할 내용이 있는 줄 알고 봤으나 그런 규정이 아예 없기 때문이고

둘째, 회사에게 유리하게 규정되어 있는 줄 알았던 취업규칙 내용이 오히려 근로자에게 더 유리하게 규정된 때문이기도 하다.

이럴 때 회사는 놀라서 직원 누구에게나 공개해야 할 취업규칙을 감추는, 요즘 말로 '웃픈'상황이 나오기도 한다.

한편 잘못된 취업규칙은 회사 비용을 쓸데없이 나가게도 만드는데 가령 근로자가 연수나, 건강상 문제로 자기가 원해서 무급휴직을 신청하고 이를 회사가 허락하면 그 기간 동안은 퇴직금 계산 시 '계속근로년수'에서 뺄 수 있는데, 단 그렇게 하려면 취업규칙에 '근로년수에서 뺀다'는 규정이 있을 때만 허용이 된다. 이런 내용을 취업규칙 신고 시에는 알 수가 없는 회사는 계속 퇴직금을 과대 지급하다가 나중에서야 취업규칙이 부실했음을 알고 통탄을 하나 이미 많은 금액이 지출된 뒤의 상황이 되고 만다. 한마디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 되는 것이다.

그나마 이렇게라도 깨닫고(?) 취업규칙을 고치는 회사는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회사들은 원래 회사 복무질서 유지를 위해 존재하는 취업규칙의 유용성을 전혀 살리지 못한 상태에서 취업규칙의 잘못된 규정 때문에 근로자와의 법적 분쟁에서 지고, 막대한 금전적 손실을 입을 뿐 아니라 회사 기강까지 무너지는 일들을 겪기도 한다.

이렇게 회사권익을 지키는 제대로 된 취업규칙을 일본에서는 '방위형 취업규칙'이라고 부르며 기업들이 관심을 갖는데 취업규칙은 직원의 근로조건만을 정하는 규정이 아니라 기업이 원하는 복무교율을 정하는 규정이라는 사실을 기업에서는 반드시 명심하고 지금 있는 취업규칙이 과연 취업규칙의 당초 목적에 맞게 회사를 지킬 수 있는 취업규칙인지 빨리 점검할 필요가 있다.

다음의 사항이 회사 취업규칙에 없다면 좋은 취업규칙이 아니다.

- 취업규칙이 적용되는 종업원의 범위는 명확하게 되어 있습니까?

- 복무규율이나 징계규정의 항목은 충분합니까? 최소한 20가지 정도가 필요합니다.

- 이중취업을 금지하고 있습니까?

- 고객 명부의 유출 등 비밀을 지킬 의무에 관한 규정은 있습니까?

- 직원이 다른 동료를 선동하여 같이 다른 회사로 가지 못하도록 막는 규정이 있습니까?

- 퇴직자에 대한 경업금지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까?

- 부하직원의 비리나 잘못을 덮은 팀장을 징계할 수 있습니까?

- 직원이 이상한 장신구를 걸치고 반바지를 입고 출근했을 때 복장을 고치라고 지시할 근거가

  있습니까?

- 직원간 금전 거래, 다단계 판매 권유를 금지할 규정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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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능오 노무사.

서울대학교를 졸업 후 중앙일보 인사팀장 등을 역임하는 등 20년 이상 인사·노무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는 율탑노무사사무소(서울강남) 대표노무사로 있으면서 기업 노무자문과 노동사건 대리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회사를 살리는 직원관리 대책', '뼈대 노동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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