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별 투자 규모론 1981년 4분기이후 38년만의 최고 오름세
국내 기업의 ‘탈(脫탈)한국’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각종 규제와 높은 인건비 등으로 투자 매력이 떨어진 한국을 떠나 해외에서 사업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14일 발표한 1분기 해외직접투자 동향에 따르면 1∼3월 해외직접투자액은 141억1천만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44.9% 증가했다. 이는 분기별 투자액으로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1년 4분기 이후 38년만의 최고치다. 같은 기간 해외 기업 등이 국내에 투자한 외국인직접투자는 26억2천만달러로 15.9% 감소했다.

해외직접투자는 2017년 4분기와 지난해 1분기 감소했다가 지난해 2분기에 증가세로 전환한 뒤 4분기 연속 늘었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이 전년 동기 대비 140.2% 늘어난 57억9천만 달러로 가장 많았다. 1분기 제조업 투자액은 분기별 역대 최고치였다. 이는 현지시장 판매 확대를 위한 대형 인수합병(M&A)과 생산시설 증설 투자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대표적으로 지난 2월 CJ제일제당이 미국 2위 냉동식품업체 슈완스를 2조1천억원에 인수했다. LG디스플레이의 중국 광저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장 증축 투자도 있었다. 국가별로 미국과 중국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어난 배경이다. 미국 직접투자는 36억5천만달러로 1년 전보다 95.2% 늘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여파로 주요 기업들이 미국에 생산시설을 마련하기 위해 M&A와 공장 설립을 추진하는 결과다.
중국에 대한 투자도 반도체, 정보통신기술(ICT) 생산시설 증대 등 156.1% 늘어난 16억9천만달러를 기록했다. 싱가포르 직접투자액은 10억8천만달러로 315.4%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아시아(51억8천만달러), 북미(41억7천만달러), 유럽(28억6천만달러), 중남미(15억7천만달러) 등 순이었다.
국내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이 해외 펀드와 해외 부동산 투자를 늘리면서 금융·보험업과 부동산업도 각각 48.2%와 36.4% 확대됐다.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초 프랑스 파리의 랜드마크인 ‘마중가 타워’를 1조원에 인수했고, 삼성증권은 프랑스 파리의 크리스털파크 오피스 단지를 9200억원에 사들였다.
해외투자 증가는 국내투자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전체 투자(총고정자본형성) 금액은 131조2천억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8.5% 줄었다. 특히 제조업이 주도하는 설비투자가 17.4%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19.0%) 이후 10년 만의 최대 감소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