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용 매직'은 '이론무장과 소통'이 빚어낸 쾌거
'정정용 매직'은 '이론무장과 소통'이 빚어낸 쾌거
  • 고윤희 이코노텔링 기자
  • yunheelife2@naver.com
  • 승인 2019.06.16 2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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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강한 선수들에게 답안지 나눠주며 문제 스스로 풀도록 해 조직역량 극대화
깜냥이 안된 리더의 설 자리는 없어… "우리 사회엔 그런 조직의 수장은 없을까"

 정정용 감독은 큰 숙제를 하나를 풀었다. 16일 오전 1시(한국시간) 폴란드 우치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와의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결승전에서 비록 패했지만 남자 축구 사상 첫 FIFA 주관대회 준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박종환(81) 감독이 이끄는 청소년 대표팀이 83년 멕시코대회에서 4강에 진출한 기록을 36년만에 갈아 치웠다.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쓴 것이다. 조별리그 첫 경기인 포르투갈전에서 패퇴해 16강진출 조차 가물가물 했었는데 이후 우승 후보로 꼽히던 아르헨티나를 보기좋게 따돌린데 이어 숙적 일본을 16강전에서 물리쳤다. 아프리카의 사자군단 세네갈도 제물로 삼았다. 연장과 승부차기 혈투 끝에 제쳐 4강에 올랐다. 특히 남미 챔피언 에콰도르를 준결승전에서 제쳐 결승에 오른 것은 이번 폴란드 월드컵의 백미였다.

정정용 감독은 대표적인 '흙수저 리더'다. 주요대학 출신 스타 감독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그에겐 준비된 전술이론이 있었고 소통의 용광로 리더십이 있었다. 우리사회는 그런 리더들이 적재 적소에 과연 있는지를 정 감독은 상기시켜주고 있다/ 뉴스1
정정용 감독은 대표적인 '흙수저 리더'다. 주요대학 출신 스타 감독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그에겐 준비된 전술이론이 있었고 소통의 용광로 리더십이 있었다. 우리사회는 그런 리더들이 적재 적소에 과연 있는지를 정 감독은 상기시켜주고 있다/ 뉴스1

정 감독의 이같은 매직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그의 리더십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정 감독은 준결승전에서 에콰도르를 이긴 후 선수들의 물세례를 받은 장면은 그의 지휘 세계를 엿볼수 있는 장면이었다. 감독은 선수 선발권과 출전선수를 고르는 권한을 갖고 있다. 선수들 입장에선 어쩌면 감히 넘 볼 수 위치에 있는게 감독이라는 자리다. 그럼에도 선수들은 스스럼없이 물세례르 가한 것은 그만큼 선수와 감독이 서로 신뢰하고 사랑한다는 증거였다.

이강인 선수가 “우리는 원팀(하나로 뭉친 팀)”이라고 말한 게 허언이 아니었고 그게 경기력에 녹아들어 선수들은 ”할수 있다“라는 신념을 갖게 됐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장면만으론 정 감독의 리더십을 가늠할수는 없을 것 같다. 그는 언젠가 선수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경기를 잘한후 다음 경기를 망치는 일이 허다하다. 그래서 감독들은 더 (선수들에게) 강하게 한다. 그러나 나는 그게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즉, 감독이 선수들을 다잡기보다 선수들이 알아서 문제해결을 하라는 묵언의 가르침이다. 비록 그가 결승전 직후에 가진 방송 인터뷰에서 "감독인 제가 부족한 부분들로 인해 좀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못 했다”고 말했지만 그라고 아쉬움이 없겠는가. 그는 “전반전에 좀더 라인을 올렸으면 했다‘고 말한 대목에서 그런 속내가 묻어난다.  첫 골을 넣은 후 우리선수들이 미드필드 싸움에서 밀렸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그는 이를 다그치지 않았다. 선수들의 체력이 이를 받혀주지 못한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준결승을 치른 곳에서 결승전을 맞이했고 우리는 이동해야했다. 또 우리처럼 연장승부도 없어서 이미 체력싸움에 밀려 있음을 알고 있었으니 이를 탓할수 없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선수시절에도 프로 경기에서 한 게임도 뛰지 못한 대표적인 ’흙수저‘리더였다. 실업팀에서 얻은 눈주위 골절상으로 선수생활을 일찍 접었다. 주요대학 출신의 스타 감독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유소년 전담 지도자로 거듭나면서 오히려 축구에 눈을 떴다. ’정정용의 축구방정식‘을 하나하나 만들어 나갔다. 준비하는 사람에게 기회가 온다고 했던가. 청소년 국가대표 감독자리는 우연하게 찾아왔다. 2017년 U-20 월드컵 출전을 준비하던 대표팀이 2016년 10월 아시아 대회에서 조별 예선에서 그만 탈락한 것이다. 이승우(이탈리아 베로나), 백승호(스페인 지로나) 등 내로라하는 특급 선수들이 가세한 팀이었으나 졸전 끝에 예선에서 미끄러졌다. 이 패배에 책임을 지고 사령탑이 물러났고 정 감독이 대타로 나서게 됐다.

정 감독은 그해 11월 수원컵 국제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한 달만에 반전드라마를 쓴 것이다. 그에겐 선수 구성원에 맞는 손자병법이 있었다. 공격대형을 경기에 따라 달리하는 임기응변 경우의 수가 있었다. 그걸 선수들에게 나눠주며 머리속에 익힌 다음 경기장에서 응용하라고 주문했다.

이같은 병법은 그가 대학원에 다니며 구상해둔 비장의 무기였다. ’이론무장과 소통‘으로 무장해 개성이 강한 어린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고 우리몸에 맞는 전술로 세계 랭킹이 훨씬 앞선 팀들을 제물로 삼은 비책이었다. ’정 감독의 매직‘은 우리사회에도 적잖은 울림을 주고 있다. 누가봐도 할만한 사람이 자리를 꿰차고 있는지, 깜냥이 안되는 사람들이 조직을 이끌면 조직도 불행해지고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는 점을 정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상기 시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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