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30대 이하, 중 ·저소득 계층이 많아 '금융 부실' 뇌관

지난해 말 이후 가계대출은 다소 줄었지만 금리 상승기에 부실 가능성이 큰 다중 채무자(3곳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 비중은 되레 커졌다. 다중 채무자는 약 446만명, 특히 금융기관 중 저축은행과 30대 이하, 중·저소득 계층의 다중채무 비중이 늘어나 금융 부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한국은행이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상 약 100만명 패널의 신용정보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자 가운데 22.4%가 다중 채무자였다. 다중 채무자 비중은 지난해 말보다 0.3%포인트 높아졌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대출자(1989만4000명)에 이 비중(22.4%)을 적용하면 445만6000여 명이 다중 채무자로 추정된다. 대출자 수가 아닌 대출잔액 기준 다중 채무의 비중은 31.9%로 집계됐다. 가계대출 총액이 지난해 말 1754조2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1752조7000억원으로 1조5000억원 감소했는데도 다중 채무자 비중이 높아진 것은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자영업자 등 한계에 이른 대출자들이 저축은행을 비롯한 2금융권 등에서까지 돈을 빌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융권별 다중 채무자 비중을 보면 저축은행의 경우 1분기 말 대출잔액 기준 76.8%, 대출자 수 기준 69.0%가 다중 채무 상태였다. 지난해 말(대출잔액 기준 75.9%, 대출자 수 기준67.5%)과 비교해 각각 0.9%포인트, 1.5%포인트씩 다중 채무자 비중이 늘었다. 은행 대출의 다중 채무자 비중(1분기 말 대출잔액 기준 27.6%, 대출자 기준 25.4%)보다 훨씬 높다.
올해 1분기 기준 다중 채무자의 전체 빚을 연령대로 나누면 40대의 비중이 32.6%로 가장 컸다. 이어 50대 28.0%, 30대 이하 26.8%, 60대 이상 12.6%의 순이었다. 40대의 경우 비중이 지난해 말보다 1.1%포인트(33.7→32.6%) 낮아진 반면 30대 이하와 50대는 각각 0.6%포인트(26.2→26.8%), 0.2%포인트(27.8→28.0%) 높아졌다.
다중 채무자 대출잔액을 대출자의 소득 수준에 따라 분석한 결과 고소득자(소득 상위 30%)가 65.6%를 차지했고, 중소득자(소득 30∼70%)와 저소득자(소득 하위 30%)의 비중은 각각 25.0%, 9.4%였다. 지난해 말보다 고소득자 비중이 0.3%포인트(65.9→65.6%) 축소된 반면 중소득자와 저소득자는 각각 0.2%포인트(24.8→25.0%), 0.1%포인트(9.3→9.4%)씩 커졌다.
이처럼 저축은행 등 2금융권, 중·저소득층, 30대 이하 젊은 층의 다중 채무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금리 상승의 충격에 가장 약한 틈이 커질 수 있다는 방증이다.
한은은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취약 차주의 상환능력이 떨어지고 대출을 크게 늘린 청년층과 자영업자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신용 위험이 커질 우려가 있다"며 "비은행권 등 금융기관은 대출 건전성 저하 가능성에 대비해 충당금 적립, 자본확충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책당국도 취약 차주의 신용위험 확대가 금융안정을 저해하지 않도록 금융과 소득 측면에서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선별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윤창현 의원도 "다중 채무를 방치하면 금융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정부는 취약 차주들의 고금리 대출을 재조정하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