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원재료 너무 많이 올라 원래 투자대로 하기엔 잘 안 맞는다"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반도체 업황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충북 청주공장 증설 계획을 보류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열어 청주공장 증설 안건을 의결하려다가 논의 끝에 최종 결정을 보류했다.
SK그룹에 따르면 최태원 그룹 회장이 최근 고환율·고물가 등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존에 세운 투자 계획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가운데 SK하이닉스 이사회가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을 이유로 공장 증설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SK하이닉스는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내 43만3000㎡ 부지에 4조3000억원을 투자해 신규 반도체 공장(M17)을 증설할 계획이었다. 향후 2~3년 내 글로벌 시장에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에 대비해 클린룸(먼지·세균이 없는 생산시설)을 확보해놓겠다는 전략에서였다.
계획대로라면 내년 초 착공해 2025년 완공돼야 하는데, 이사회의 보류 결정에 따라 착공이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공장 증설이 보류된 데는 최근 세계 경기가 빠르게 냉각되면서 반도체 업황 전망이 불투명해진 것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락세에 진입한 글로벌 D램 업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중국의 경기둔화 등에 따른 정보기술(IT) 수요 둔화로 한동안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메모리반도체 낸드플래시의 가격 최근 내림세다. SK하이닉스는 청주 신규 공장에서 D램과 낸드 중 어떤 반도체를 생산할지 시장 상황을 보고 결정할 방침이었다.
원화 약세로 국제 원자재 가격 등 수입물가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투자비용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점도 증설 계획 보류 결정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회장은 앞서 지난 14일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나 "작년에 세웠던 투자 계획은 당연히 바뀔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원재료 부분이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원래 투자대로 하기에는 계획이 잘 안 맞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