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잡기 전력…자금유출 · 환율상승 위험도 고려
한국은행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사상 처음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0%포인트 인상하는 '빅 스텝'을 단행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연 1.75%에서 2.25%로 높아졌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3일 오전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6%를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올해 (연간)상승률도 5월 전망치(4.5%)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금통위는 금리인상 배경과 향후 방향에 대해 "물가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4월, 5월에 이어 이날까지 10개월 사이 0.25%포인트씩 다섯 차례, 0.50%포인트 한 차례, 모두 1.75%포인트 높아졌다. 금통위가 통상적인 금리인상폭(0.25%포인트)의 두 배인 0.50%포인트를 올린 것은 처음이다. 세 차례 연속(4·5·7월) 기준금리 인상도 전례가 없다.
연 2%대 기준금리도 약 7년만이다. 기준금리는 2015년 3월 2%에서 1.75%로 낮아진 뒤 줄곧 2% 아래에 머물렀다.
금통위가 경기침체 우려에도 이례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한 것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6월 소비자물가는 국제 원자재·곡물 가격 상승 등의 여파로 6.0% 뛰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의 최고치다. 당장의 물가 급등뿐만 아니라 경제주체들의 물가상승 기대심리(기대인플레이션)가 높은 점도 감안했다.
한국·미국간 기준금리 역전 우려도 고려됐다. 6월 14∼15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1994년 이후 28년 만에 자이언트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당시 한국(1.75%)과 미국(1.50∼1.75%)의 기준금리 차이는 0.00∼0.25%포인트로 좁혀졌다.
국제 결제 및 금융거래의 기본 화폐인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지면 외국인 투자 자금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빠져나가고 원화가치도 떨어진다(환율 상승). 환율이 높아지면 수입물가가 올라 국내 물가 급등세를 자극하게 된다.
금통위가 13일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하면서 미국과의 금리격차는 0.50∼0.75%포인트로 커졌다. 하지만 연준이 오는 26∼27일 시장 전망대로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면 미국의 기준금리가 0.00∼0.25%포인트 높아지는 한미간 기준금리 역전 현상을 빚게 된다.
한미간 금리역전을 막기 위해 한은이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연말까지 0.50%포인트 안팎 더 올리면 다중채무자, 2030세대,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과 최근 2년 사이 레버리지(차입투자)를 활용해 자산을 사들인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족, '빚투'(빚으로 투자)족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6월 말 기준 기준 연 4.750∼6.515%다. 6%대 중반을 넘어선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상단은 올해 말께 7%대를 넘어 8%에 근접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경험하는 높은 금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