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20:50 (토)
[손장환의 스포츠 史說]하나씩 무너지는 윔블던의 전통
[손장환의 스포츠 史說]하나씩 무너지는 윔블던의 전통
  •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 inheri2012@gmail.com
  • 승인 2022.07.07 18: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45년째를 맞아 ' 4대 메이저 대회 ' 중 가장 역사 깊어
남녀 우승 상금 차별 없고 우승 트로피서 남편 성 없애
흰색 옷 착용 고수 … 올 단식 4강 오른 호주 선수 반발
영국 윔블던에서 열리는 윔블던 테니스대회는 올해로 145년째를 맞았다. 사진,자료=윔블던 테니스대회/이코노텔링그래픽팀.

영국 윔블던에서 열리는 윔블던 테니스대회는 올해로 145년째를 맞았다. 프랑스오픈· 호주오픈·US오픈과 함께 그랜드슬램 대회로 꼽힌다. 세계 4대 메이저대회다. 그중 가장 역사가 오래됐다.

영국 대회답게 전통을 중시하는 것도 윔블던의 특징이다. 선수들은 모두 흰색 계통의 옷을 입어야 하고, 신발도 색깔 있는 끈이나 밑창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 남자와 여자 선수의 상금에도 차등을 두었다. 심지어 선수들에게 지급 하는 수건의 색깔도 남자와 여자를 구분했다.

여자 우승자 이름을 명판에 새길 때는 남편 이름을 쓰고 그 앞에 미시즈(Mrs.)를 붙였다. 미혼인 선수가 우승하면 이름 앞에 미스(Miss)를 붙였다.

윔블던은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구시대의 잔재라는 온갖 비난 속에도 꿋꿋이 자신만의 전통을 지켜왔다. 다른 대회들처럼 남녀 우승자의 상금을 똑같이 주라는 압박 속에서도 윔블던 조직위는 "남자는 5세트, 여자는 3세트 경기다. 더구나 남자 경기가 훨씬 인기 있다. 왜 상금을 똑같이 줘야 하는가"라며 거부했다.

하지만, 맷집이 아무리 좋아도 언제까지 버틸 수는 없는 법이다. 하나씩 그 전통이 무너지고 있다. 윔블던 조직위는 2007년 남녀 우승 상금을 똑같이 주기로 했다. 지난해에는 남녀 선수의 수건 색깔도 통일했다. 그리고 올해부터 여성 우승자의 이름을 남편과 상관없이 자신의 이름을 적기로 했다.

그러나 아직 다 무너진 것은 아니다. 흰색 옷을 입어야 한다는 전통만은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선수의 플레이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게 이유다.

아마 이 전통도 조만간 깨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거부하거나 불만을 표하는 선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올해 남자 단식 4강에 오른 닉 키리오스(호주)는 반항의 의미로 빨간색 운동화와 모자를 착용하기도 했다. 벌금을 각오하고 자신의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전통 하나쯤은 있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화려한 옷이나 노출이 심한 옷, 그리고 다양한 액세서리는 실제로 경기 집중을 방해하기도 한다.

윔블던이 선수들의 다양성을 제한한다는 비판이 있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모든 대회가 다양성을 존중하는데 하나쯤은 전통을 지키는 것이 오히려 다양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윔블던 대회의 또 하나의 전통은 잔디 코트를 고수한다는 것이다. 잔디 코트는 관리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초창기 테니스의 전통을 지킨다는 의미에서 감수한다.

4대 메이저는 대회 마다 특징이 있다. 윔블던은 잔디, 프랑스는 클레이(흙) 코트, 호주와 US는 하드 코트다. 공의 바운드 각도와 속도가 다 달라 선수들의 특징에 따라 좋아하는 코트가 다르다.

이 4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면 '그랜드슬램'으로 부른다. 한 해에 모두 우승하면 '캘린더 그랜드슬램', 몇 년에 걸쳐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다.

남자는 안드레 애거시(미국), 로저 페더러(스위스), 라파엘 나단(스페인) 등이 있고, 여자는 슈테피 그라프(독일), 세레나 윌리엄스(미국) 등이 있다.

이들 모두는 대단한 선수들이고, 존경받는 선수들이다. 하지만, 잔디 코트의 전문가, 클레이 코트의 전문가, 하드 코트의 전문가가 따로 있는 게 더 보기 좋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2005년부터 5년 연속 프랑스오픈에서 우승, '흙신'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나달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을 때 오히려 씁쓸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86년 중앙일보 입사. 사회부-경제부 거쳐 93년 3월부터 체육부 기자 시작. 축구-야구-농구-배구 등 주요 종목 취재를 했으며 93년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98년 프랑스 월드컵,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한일 월드컵,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을 현장 취재했다. 중앙일보 체육부장 시절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으며Jtbc 초대 문화스포츠부장을 거쳐 2013년 중앙북스 상무로 퇴직했다. 현재 1인 출판사 'LiSa' 대표이며 저서로 부부에세이 '느림보 토끼와 함께 살기'와 소설 '파랑'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효령로 229번지 (서울빌딩)
  • 대표전화 : 02-501-63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장재열
  • 발행처 법인명 : 한국社史전략연구소
  • 제호 : 이코노텔링(econotelling)
  • 등록번호 : 서울 아 05334
  • 등록일 : 2018-07-31
  • 발행·편집인 : 김승희
  • 발행일 : 2018-10-15
  • 이코노텔링(econotelling)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코노텔링(econotelling). All rights reserved. mail to yunheelife2@naver.com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장재열 02-501-6388 kpb11@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