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이자 내느니 월세부담이 적어…전세대출 못받아 불가피한 선택도
주요 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금리 상단이 연 5%선을 넘어서며 세입자의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자 월세가 더 싸다며 스스로 월세를 찾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금융상품 통합비교 공시에 따르면 4일 현재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은행의 변동형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최저 연 3.59%, 최고 연 5.67%다. 하나은행의 주택신보 전세자금대출의 금리는 연 4.27~5.67%로 6%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상품의 금리 상단도 각각 4.81%, 4.73%로 5%에 육박했다. 현 추세로 볼 때 기준금리가 추가로 1~2차례 더 인상되면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연 6%를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자 세입자 입장에서는 대출을 받아 은행에 이자를 갚는 것보다 집주인에게 월세를 내는 것이 유리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예컨대 전용면적 84㎡ 물건이 5억5000만원 짜리 전세와 보증금 2억5000만원에 월세 90만원 반전세로 나와 있다면 대출을 받아야 하는 세입자의 경우 월세가 더 싼 편이다.
시장에선 통상 1억원을 월세 계약으로 돌릴 때 월세를 30만원 수준으로 계산한다. 2억원을 전세자금대출로 은행에서 빌리면 금리 4% 적용시 월 이자가 66만6000원이다. 4.5%를 적용하면 75만원이다. 대출금액 만큼을 월세로 돌려 임대료를 내는 것이 세입자 입장에선 한 푼이라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월세를 선호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5월 서울 아파트 전체 임대차 거래 건수 9만850건 중 전세를 제외한 월세, 준월세, 준전세 임대차 거래가 3만5975건으로 39.6%를 차지했다.
월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12개월치 이하인 임대차 거래, 준월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12~240개월치인 거래, 준전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치를 초과하는 거래를 뜻한다. 지난해 1~5월 월세, 준월세, 준전세 임대차 거래 비율이 35.0%(7만9903건 중 2만7993건)인 것과 비교하면 1년 사이 월세가 낀 임대차 거래 비율이 급증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월세 증가는 전국적 현상이다. 지방보다는 수도권에서, 구축보다는 신축 아파트일수록 월세 낀 임대차 거래 비중이 높다. 전세 가격이 2년 넘게 쉼 없이 오른 탓에 전세 대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불가피하게 반전세 시장으로 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