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協연구위원 보고서 "그냥 매립땐 심각한 토양 오염"
우리나라가 전기차를 양산한 지 10년이 지나면서 앞으로 몇 년 내 대량으로 쏟아져 나올 폐배터리의 재활용 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김희영 연구위원은 1일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산업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주요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배터리 재활용 산업은 아직 뒤처져 있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김희영 연구위원은 "배터리를 재활용하면 중국 등 배터리 원자재 보유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고, 특히 우리나라가 주력하고 있는 니켈·코발트·망간 등 삼원계 배터리는 제조원가가 높아 재활용에 따른 경제적 이득이 크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전기차 보급을 가속화하면서 전기차의 폐배터리 회수와 처리도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에는 각종 중금속, 전해액 등이 포함돼 있어 폐배터리를 그냥 매립하면 심각한 토양 오염을 일으킨다.
또한 배터리의 원료인 리튬, 코발트 등 원자재를 채굴할 때 많은 양의 물을 사용해야 하고, 채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많이 발생한다. 더구나 이들 원자재가 중국 등 일부 국가나 지역에 치우쳐 있고 채굴량이 한정돼 있어 가격도 불안정하다.
이에 따라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은 환경보호와 채굴 및 제련 비용 절감,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 확보 등을 위한 대안으로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전기차 판매와 배터리 생산 세계 1위인 중국은 정부가 강력한 재활용 정책을 주도한다. 배터리 이력 관리부터 생산자가 재활용까지 책임지는 생산자책임제를 시행하고 있다. 베이징·상하이를 포함한 17개 지역에서 폐배터리 재활용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폐배터리 내 핵심 소재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원자재별로 니켈·코발트·망간은 98%, 리튬은 85%, 기타 희소금속은 97% 등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재활용 촉진을 위해 전기 배터리의 규격, 포장, 운송, 회수, 해체 등 단계별 국가표준을 제정해 활용하고 배터리 재활용 기술 개발 및 관련 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의 배터리 재활용 산업은 뒤처져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고서는 배터리 재활용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대응 방안으로 ▲폐배터리 기준 설정 ▲배터리 이력 관리 ▲회수 인프라 구축 및 세제 지원 ▲공급망을 고려한 배터리 얼라이언스(동맹) 구축 ▲재활용 단계별 국가표준 제정 등을 제시했다.
김희영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배터리 재활용 산업은 정부와 대기업 중심으로 시장을 형성해가는 초기 단계"라면서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산업을 육성해 관련 시장을 선점하고 추후 세계 순환경제 시스템 구축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