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이 필수인 인도·스리랑카·미얀마 등 10억 명 ' 정전 위험 ' 노출
블룸버그통신 경제난 전망…인도2014년 전력난으로 GDP 5% 줄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 부족과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으로 올여름 전 세계가 수십 년 만의 심각한 전력난을 겪게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경제 전문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과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지연 등으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힘든 시기를 보낸 데 이어 올해는 폭염과 전쟁 등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가장 문제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극심한 폭염으로 에어컨이 생존에 필수적인 남아시아·동남아시아 일대다. 인도·파키스탄·스리랑카·미얀마 등지의 10억 명 이상이 몇 시간 동안 지속될 수 있는 정전의 위험에 직면한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때 이미 이른 폭염으로 정전 사태를 빚고 있다.
인구가 약 3억명인 파키스탄과 스리랑카, 미얀마는 전국적인 정전 사태를 겪고 있다. 인도에선 28개 주 가운데 16개 주에 거주하는 주민 7억명이 하루 2∼10시간 정전을 경험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 공급망 혼란 등으로 지연되면서 10여개 주가 올여름 폭염으로 인한 전력난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화력발전소들이 재생에너지 발전·저장 설비가 들어서는 속도보다 빠르게 사라지는 데다 원자력발전소도 노후화로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텍사스·인디애나주의 전력망 운영업체들은 당장 올여름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늘어나면 대규모 정전을 피하기 위해 지역별로 돌아가면서 전력 공급을 중단하는 순환 단전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지난해 대규모 전력난을 겪은 중국과 일본의 전력 사정도 빠듯한 상태다. 남아프리카 국가들은 올해 최악의 전력난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상대적으로 전력 공급 사정이 나은 편인 유럽도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할 경우 그리스, 헝가리 등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 단전 사태를 빚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은 폭염 속 전력 공급이 끊기면 각종 질병과 이에 따른 사망자 증가하는 데다 경제적 피해도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의 경우 2014년 폭염으로 인한 전력난으로 국내총생산(GDP)이 5% 낮아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세계적인 전력난이 수년 내 해결되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기후변화로 폭염이 빈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친환경 에너지 확대 정책으로 화석연료 투자가 줄었지만, 재생에너지는 아직 전력 부족분을 채울 정도로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