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01:40 (금)
[손장환의 스포츠 史說] 누가봐도 끝난 경기였는데…
[손장환의 스포츠 史說] 누가봐도 끝난 경기였는데…
  •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 inheri2012@gmail.com
  • 승인 2022.05.19 2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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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기 안타 맞았지만 주루 플레이 허점 찌른 수비로 기사회생한 SSG
만루임에도 두산 주자들 다음 베이스 뛰지않아 안타가 '땅볼 병살타'로
18일 잠실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의 경기에서 SSG 선수들은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라는 야구 격언을 완벽하게 증명해냈다. 사진,자료=SSG랜더스/이코노텔링그래픽팀.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면 살길이 생긴다는 선조들의 가르침이다.

18일 잠실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SSG 경기에서 여기에 꼭 맞는 상황이 벌어졌다.

두산과 SSG는 9회까지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연장전에 들어갔다. 이틀 연속 연장전이었다. 두산은 10회 말 김재호와 정수빈의 연속 안타에 이은 희생번트로 1사 2, 3루의 좋은 기회를 잡았다. 희생플라이만 쳐도 승리할 수 있었다. SSG는 예상대로 안재석을 고의사구로 내보내 만루 작전에 들어갔다.

병살타를 노렸던 SSG의 의도와 달리 두산 조수행은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때렸다. 좌익수 오태곤이 넘어지며 잡으려고 했으나 공은 원바운드로 글러브에 들어갔다. 바운드를 확인한 3루 주자 김재호가 재빨리 홈인했다. 경기는 끝났다. 끝내기 안타를 친 조수행은 1루에서 환호했다.

그런데 갑자기 SSG 1루수 크론이 유격수 박성한에게 손짓하며 소리쳤다. 공을 들고있던 박성한은 곧 2루와 3루 사이에 서 있던 정수빈을 태그한 뒤 2루 베이스를 밟았다. 대부분이 박성한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해설자도 "경기가 이미 끝난 것 아닌가요"할 정도였다.

심판들이 모여 회의를 한 결과 더블 아웃이 선언됐다. 득점은 인정되지 않았고, 10회 말이 끝났다. 이 상황은 만루였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안타를 쳤더라도 모든 주자가 다음 베이스까지는 밟아야 했다. 그러나 안재석은 물론 베테랑 정수빈까지도 끝까지 뛰지 않았다.

SSG 선수들의 플레이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원정팀은 끝내기 안타를 맞았을 때 가장 허탈하다. 그대로 경기가 끝나기 때문이다. 수비수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터덜터덜 덕아웃으로 들어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SSG 선수들은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는 크론이 허점을 놓치지 않았고, 박성한도 재빠르게 행동했다. 원아웃 만루에서 이미 득점을 했기에 아웃 하나는 소용없다. 반드시 두 개의 아웃이어야만 득점을 무효로 만들 수 있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겠지만, 결과는 훌륭했다. 끝내기 안타를 지워버렸다. 더구나 다 이긴 경기를 놓치고 얼이 빠진 두산을 상대로 11회에 3점을 뽑아내 5-2 승리까지 거머쥐었다. SSG 선수들은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라는 야구 격언을 완벽하게 증명해냈다. 올 시즌 초반 월등한 성적으로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다.

프로 선수는 프로다워야 한다. 좋은 실력과 많은 연봉이 프로 선수의 모든 게 되어서는 안 된다. 자신이 받는 연봉은 팬들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실력뿐 아니라 노력하는 모습과 최선을 다하는 서비스 정신까지 팬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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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86년 중앙일보 입사. 사회부-경제부 거쳐 93년 3월부터 체육부 기자 시작. 축구-야구-농구-배구 등 주요 종목 취재를 했으며 93년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98년 프랑스 월드컵,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한일 월드컵,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을 현장 취재했다. 중앙일보 체육부장 시절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으며Jtbc 초대 문화스포츠부장을 거쳐 2013년 중앙북스 상무로 퇴직했다. 현재 1인 출판사 'LiSa' 대표이며 저서로 부부에세이 '느림보 토끼와 함께 살기'와 소설 '파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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