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상대 수석졸업…기업체 사장,대학 총장 등 이력 다채
나웅배 전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이 25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8세.
고인은 한국 경제의 고도 성장기인 1980∼1990년대에 교수, 기업체 사장, 4선 의원, 3개 경제부처와 통일원(현 통일부) 수장을 지낸 다채로운 이력의 소유자다.
고인은 전두환·노태우·김영삼 정부 등 3개 정부에 걸쳐 장관(세 번은 부총리)을 다섯 차례 역임했다. 그가 남긴 "경제기획원 장관은 어너러블(honorable)하고, 재무부 장관은 파워풀(powerful)하며, 상공부 장관은 컬러풀(colorful)하다"는 말은 경제 관료들 사이에 30년 넘게 회자되는 유명한 어록이다.
1934년생인 고인은 서울대 상과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뒤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서울대 부교수로 재직했다. 이후 전문경영인으로 변신해 해태제과와 한국타이어 사장을 지냈다.
정계에는 5공화국 시절인 1981년 11대 국회의원(민주정의당·전국구)으로 입문했다. 1982년 1월 재무부 장관으로 입각했으나 장영자·이철희 어음사기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4개월 만에 물러났다.
그 뒤 아주대학교 총장으로 있다가 1985년 제12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복귀했다. 상공부 장관(1986년 8월∼1988년 2월)과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1988년 2월∼1988년 12월)을 역임했다. 이후 13·14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국회 외무통일위원장으로 있던 1995년 2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연기 검토 문서 파문으로 경질된 김덕 부총리 겸 통일원 장관 후임으로 임명돼 그해 말까지 직을 맡았다. 이어 1995년 12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으로 재직했다.
고인은 공직을 떠난 뒤 중앙대 국제대학원 특임교수, 목원대 초빙교수,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윤리위원장·윤리경영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다 함께 잘 사는 길', '70년대의 경영전략', '경영계량분석론' 등의 저서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