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금리차 커져 엔화 '팔자'…日재무상"주시하는 중"
일본 엔화 가치가 13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한때 달러당 126엔대까지 치솟으며 2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공영방송 NHK와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26엔대로 올라선 것은 2002년 5월 이후 19년11개월 만이다. 달러당 114~115엔이었던 2월 하순 대비 10% 정도 상승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과 일본 간 금리격차가 커지자 투자자들 사이에 엔화를 팔고 수익을 낼 수 있는 달러화를 사는 움직임이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에 시동을 건 반면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대규모 금융완화를 지속하면서 장기 금리 상승을 억제함에 따라 미국과 일본 간 금리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일본은행이 사실상 엔화 약세를 용인하는 셈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달 18일 금융정책결정회의 뒤 "엔저가 전체적으로 경제와 물가를 모두 밀어 올려 일본 경제에 플러스(+)로 작용하는 기본 구조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구로다 총재는 최근 은행 관계자들과 만남에서도 "현재의 강력한 금융완화를 끈질기게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금융정책결정회의 후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0% 수준으로 유도하도록 상한 없이 필요한 금액의 장기 국채를 매입하는 대규모 금융완화를 계속한다고 발표했다.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은 13일 중의원 재무금융위원회에 출석해 "급속한 (환율)변동은 바람직하지 않다. 긴장감을 느끼고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엔·달러 환율은 2013년 3월 구로다 총재가 취임하기 전에는 달러당 90엔대 전반이었다. 구로다 총재가 취임한 뒤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하자 2015년 6월 달러당 125엔대까지 엔화 가치가 하락하는 등 엔저 현상이 지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