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21:15 (목)
[손장환의 스포츠 史說]출범 40년 만에 야구인 KBO총재
[손장환의 스포츠 史說]출범 40년 만에 야구인 KBO총재
  •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 inheri2012@gmail.com
  • 승인 2022.03.16 2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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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가 허구연씨의 총재 내정에 야구인들 반색
이용일 초대 사무총장도 야구인으로서 큰 공로
구단주 협조 받아 실무진 지원 리더십 발휘하길
선수와 감독, 해설위원 등 오로지 야구인의 길을 걸어온 허구연(71·오른쪽) 씨가 차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로 내정됐다. 사진=허구연의 허프라닷컴,KBO/이코노텔링그래픽팀.

한국 프로야구는 1982년 출범했다. 올해가 꼭 40년이 되는 해다. 선수와 감독, 해설위원 등 오로지 야구인의 길을 걸어온 허구연(71) 씨가 차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로 내정됐다는 소식에 야구인들의 기대가 크다.

KBO 총재는 초기에 낙하산 정치인들의 자리였다가 1998년 이후는 주로 구단주들이 돌아가며 맡아왔다. 40년 만에 처음으로 현장을 잘 아는 야구인이 총재 자리에 앉게 됐으니 실질적인 발전을 기대하게 됐다며 야구인들이 반색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정지택 현 총재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임을 한데다 구단주 중에서 아무도 차기 총재를 원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즉, 허구연 씨가 적임자라서 추대된 것이 아니라 할 사람이 없었기에 나온 궁여지책이다.

허구연 총재 후보로서는 평소에 생각했던 발전 방안을 실천에 옮길 좋은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현실은 10개 구단의 협조 없이는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자칫 공염불에 그칠 뿐 아니라 오히려 반목과 불화가 심해질 가능성까지 있다.

한국 프로야구는 정치적인 배경에서 출범했다. '12·12 쿠데타'와 계엄령을 기반으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국민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힘을 쏟은 것이 올림픽 유치와 프로야구 출범이었다. 야구가 한국 최초의 프로 스포츠가 된 것은 당시 최고 인기였던 고교 야구의 덕이었다. 발상은 불순했으나 실무진들의 철저한 준비와 노력으로 프로야구는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초창기 프로야구 정착에 가장 공헌한 인물로 이용일 초대 KBO 사무총장을 꼽는데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야구인 출신인 이 총장은 1981년부터 10년 동안 사무총장을 맡아 일본 프로야구와 미국 메이저리그 시스템을 연구하고, 도입하고, 정착시켰다.

개인적으로는 '공짜 표'가 없다는 것에 가장 놀랐다. 1980년대는 '얼굴'이 입장권이고, 공짜 표가 권위의 상징이던 시절이었다. 프로 스포츠 정착을 위해서는 공짜 표가 없어야 한다는 원칙에 충실했고, 온갖 협박과 회유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구단에서 입장권을 사서 줬다. 프로야구는 처음부터 관중 수를 정확하게 집계할 수 있었다.

야구인들이 허구연 씨에게 기대하는 것이 사무총장의 역할이 아니기를 바란다. 실무형 총재가 필요할 때도 있으나 허구연 씨도 이미 70대다. 패기와 열정이 있는 젊은 사무총장이 필요한 이유다. 지금 허구연 씨의 머리에는 총재가 되면 하고 싶은 일들이 잔뜩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사고 싶은 게 많은 빈털터리'일 뿐이다. 총재가 해야 할 일은 읍소를 해서라도 구단주들의 적극 협조를 받아내 실무자들이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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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86년 중앙일보 입사. 사회부-경제부 거쳐 93년 3월부터 체육부 기자 시작. 축구-야구-농구-배구 등 주요 종목 취재를 했으며 93년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98년 프랑스 월드컵,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한일 월드컵,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을 현장 취재했다. 중앙일보 체육부장 시절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으며Jtbc 초대 문화스포츠부장을 거쳐 2013년 중앙북스 상무로 퇴직했다. 현재 1인 출판사 'LiSa' 대표이며 저서로 부부에세이 '느림보 토끼와 함께 살기'와 소설 '파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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