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흑인 억만장자가 흑인 대학 졸업생 수백 명의 학자금 대출을 모두 갚아주겠다는 깜짝 발표를 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와 AFP통신 등 외신들 보도에 따르면 사모펀드 최고경영자인 로버트 F. 스미스는 19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모어하우스대학에서 졸업식 연사로 참석해 "우리 가족은 여러분의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지원금을 조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AFP는 그가 약속한 금액이 4천만 달러(약 477억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모어하우스는 미국의 대표적인 흑인 대학으로, 인권 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와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 영화배우 새뮤얼 L. 잭슨 등이 이 학교를 나왔다. 스미스의 깜짝 선물에 400여 졸업생들은 "MVP"를 외치며 열광했다. 스미스의 발표를 졸업식장에서 학생들과 함께 처음 들은 데이비드 A. 토머스 총장은 MVP가 '가장 소중한 사람' '가장 소중한 독지가'를 의미할 것이라고 WP에 설명했다.
스미스는 학생들에게 학위는 혼자만의 노력으로 받은 것이 아니라며 앞으로 그들의 부와 성공, 재능을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학위는 사회적 계약으로, 우리가 어깨 위에 서 있는 거인들에게 감사함을 표하기 위해 여러분의 재능과 열정을 헌신할 것을 요구한다"며 "우리는 우리 사회와 마을, 팀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는 여러분이 선행을 계속 이어나가리라고 확신한다"며 "우리 모두에게 '아메리칸 드림'의 기회가 있다는 점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AFP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는 치솟는 교육비와 학자금 대출이 사회문제로 등장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학자금 대출 규모가 1조5천억 달러(약 1천788조원)를 넘어섰다고 추산했다.
교육학 박사인 부모 밑에서 태어나 흑인 중산층이 사는 덴버에서 자란 스미스는 졸업식장에서 백인 학생이 대부분인 카슨초등학교를 5년간 다녔던 유년 시절을 이야기했다. 그는 "선생님들은 내가 비판적 사고를 하고, 내 모든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도록 독려했다"며 "나는 어릴 때부터 일찌감치 흑인이나 백인이나, 유대인이나 아시아계나 모든 어린이가 동등하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을 꺼려온 스미스에 대한 신상은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스미스가 2000년 설립한 사모펀드 '비스타 에쿼티 파트너스'의 자산규모는 약 460억 달러(약 54조8천억원)라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주로 소프트웨어 관련 기업을 사고파는 비스타는 설립 이후 연간 수익률이 20%로 미국에서 가장 성과가 좋은 사모펀드 중 하나로 알려졌다.
스미스는 음악에 대한 열정도 커 2016년 카네기홀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됐다. 덴버 외곽의 리조트 '링컨 힐스'를 사들여 흑인 재즈 음악가들의 공연을 열기도 했다. 플레이보이지 모델과 결혼한 그는 두 아들의 이름을 세계적인 기타리스트와 가수의 이름을 따서 각각 헨드릭스와 레전드로 지었다.
그는 국립 아프리카계 미국인 역사문화 박물관과 다른 문화기관에 기부하는 등 독지가로서도 활동했다. 그가 졸업한 코넬대학은 화학 및 생체분자 공학대학의 명칭을 그의 이름에서 따왔다. 코넬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그는 컬럼비아대학에서 경영학석사 학위를 받은 뒤 골드만삭스에서 근무했다.
그의 재산은 44억 달러(약 5조2천억원)로 추정되며, 2015년에는 유명 흑인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를 제치고 포브스지가 선정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중 최고 부자에 올랐다. 올해 초 모어하우스대학에 150만 달러(약 17억9천만원) 기부를 발표하기도 한 스미스는 이날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