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21:40 (금)
[손장환의 스포츠 史說]스포츠 정신과 전쟁
[손장환의 스포츠 史說]스포츠 정신과 전쟁
  •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 inheri2012@gmail.com
  • 승인 2022.03.02 1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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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 '정치 문제' 개입 불허하지만 전쟁은 예외
인종차별 항의메시지로 징계를 받은 사례와는 달라
전쟁은 스포츠의 순수성과 독립성도 훼손하는 행위
많은 스포츠 단체와 선수들이 한목소리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행위를 규탄하고 있으며 억울하게 불이익을 당한 러시아 스포츠팀이나 선수들마저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스포츠에서 정치 문제를 배제하는 이유는 스포츠의 순수성과 독립성을 지키기 위함이다. 종목에 따라 차이는 있을지언정 전 세계 남녀노소가 스포츠를 즐긴다. 따라서 스포츠에 정치적인 의도가 개입되면 그 파급효과는 크다. 더구나 순수한 어린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스포츠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세력들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

무솔리니 정권의 1934년 이탈리아 월드컵 개최, 히틀러 정권의 1936년 베를린 올림픽 개최 등은 스포츠가 정치에 악용당한 대표적인 사례다. 지금은 '가장 성공한 올림픽'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1988년 서울 올림픽 역시 부당하게 정권을 잡은 세력이 국민의 관심을 스포츠로 돌리기 위해 유치한 것이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이 정치에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IOC 헌장 50조에 '무릎 꿇기, 손짓 등과 표지판, 완장과 같은 정치적 메시지를 금지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 때 인종차별에 반대한 선수들이 징계받은 사건이 있었다. 육상 200m에서 1위와 3위를 차지한 미국의 존 칼로스와 토미 스미스가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뜻으로 시상대에서 고개를 숙인 채 검은 장갑을 낀 손을 높이 들었다. 이들은 올림픽에서 추방당했고, 미국 대표에서도 제명당했다.

인종차별 항의는 정치적 메시지가 아니라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또 정치 배제 원칙이 정의로운 항의나 표현의 자유마저 박탈하는 것이라는 반발도 있다.

하지만 그 기준을 일일이 누가, 어떻게 정할 것이며 예외를 허용하면 스포츠 현장은 입장에 따라 온갖 구호가 난무하는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인종차별 행위나 메시지에 대해 징계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메시지도 징계할 수밖에 없다. 옳고 그름을 떠나 스포츠의 순수성을 지키는 원칙이다. 다만 양심에 따라 꼭 해야 한다면 흔쾌히 징계를 감수하면 된다.

이번에는 다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우크라이나 출신 축구선수가 경고를 각오하고 '우크라이나에 전쟁은 안 된다'라는 메시지를 내보였다. 심판 역시 징계를 각오하고 선수에게 경고를 주지 않았다.

IOC는 "올림픽 휴전 결의를 위반한 러시아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라고 밝혔다. IOC는 베이징 올림픽 개막 7일 전(1월 28일)부터 패럴림픽 폐막 7일 후(3월 20일)까지 휴전 기간으로 선포한 바 있다.

UEFA(유럽축구연맹)는 "우리는 평화와 인권 존중의 가치를 추구한다"라며 5월 29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릴 예정이던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장소를 프랑스 파리로 변경했다.

이외에도 많은 스포츠 단체와 선수들이 한목소리로 러시아의 침략 행위를 규탄하고 있다. 억울하게 불이익을 당한 러시아 스포츠팀이나 선수들마저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침략과 전쟁은 '정치 문제'가 아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민간인도 학살하고 있다. 인간의 기본권인 자유와 평화를 짓밟는 것이며 가장 악랄한 인권 말살 행위다. 스포츠 정신이나 올림픽 헌장에도 모두 반하고, 스포츠의 순수성과 독립성도 훼손하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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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86년 중앙일보 입사. 사회부-경제부 거쳐 93년 3월부터 체육부 기자 시작. 축구-야구-농구-배구 등 주요 종목 취재를 했으며 93년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98년 프랑스 월드컵,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한일 월드컵,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을 현장 취재했다. 중앙일보 체육부장 시절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으며Jtbc 초대 문화스포츠부장을 거쳐 2013년 중앙북스 상무로 퇴직했다. 현재 1인 출판사 'LiSa' 대표이며 저서로 부부에세이 '느림보 토끼와 함께 살기'와 소설 '파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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