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선 회장"세계경영 꿈 꾼 대우 옛 영광 재현할 것"
공정위 기업결합 승인…'네번째 주인'품서 안착 주목
지난 12년 동안 민간의 주인을 잃고 표류했던 대우건설이 마침내 28일 새 주인 중흥그룹 품에 안겨 새 출발을 하게 됐다.
중흥그룹은 28일 오후 대우건설 주식 인수 대금 납입을 완료하고 약정했던 대우건설 주식 인수 절차를 모두 끝냈다. 이로써 대우건설은 중흥그룹 계열사로 공식 편입됐다.
인수금액은 총 2조670억 원이다. 중흥그룹 내 중흥토건이 40.6%, 중흥건설이 10.15%를 각각 취득해 대우건설 주식 과반수인 50.75%를 확보했다.
중흥그룹이 지난해 7월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약 8개월, 지난해 12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지 약 3개월 만에 인수 작업을 마무리한 셈이다.
중흥은 지난 12월 9일 대우건설 채권단이자 최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와 대우건설 지분 50.75%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바 있다.
곧바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도 신고했다. 공정위는 3개월간의 기업결합 심사를 끝내고 지난달 24일 중흥그룹의 대우건설 인수를 최종 승인했다.
인수 과정에서 대우건설 노조 측이 독립경영 보장, 임금인상, 3년간 사업부 분할 매각 금지, 고용보장과 노조 활동 인정 등을 강하게 요구해 진통을 겪었지만 중흥 측이 상당 부분 이를 수용해 인수 작업이 마무리됐다.
중흥은 호남 지역을 대표하는 중견 건설그룹으로 재계 순위(2021년) 47위, 자산총계 9조2000억 원이며 오너는 정창선 회장(79)이다. 계열사 37개 중 중흥토건은 시공능력평가액(시평) 기준 17위, 중흥건설은 40위로 알려져 있다.
중흥에 편입된 대우건설은 시평 5위의 국내 간판급 건설업체다. 건설업계에서 '빅3'로 불리기도 했다. 대우건설 인수로 중흥은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등과 국내 건설업계 3~4위를 다투게 됐으며 재계 순위도 단숨에 20위 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흥그룹 정창선 회장은 인수 마무리 직후인 2일 'M&A 종결에 따라 대우건설 임직원께 드리는 글'이란 이름의 첫 메시지를 냈다. 쟁쟁한 업체 대우건설을 품은 후 다소 들뜬 기분이 메시지에서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그는 메시지를 통해 △세계경영을 꿈꾸던 대우의 옛 영광을 재현하겠다 △2022년 2월 28일은 새로운 대우건설이 힘차게 출발하는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 것 △중흥그룹과 한 가족이 된 이 시점부터 우리는 차원이 다른 재도약에 나선다 △신뢰와 협력에 중점을 두고 독립경영·책임경영 구현에 나서겠다는 등의 뜻을 밝혔다.
이에 앞서 중흥은 28일 인수절차를 마친 즉시 대우건설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백정완 대표이사를 새로 선임했다. 신임 백 대표는 1985년 대우건설에 입사해 리스크관리본부장·주택건축사업본부장 등을 지냈고 지난달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된 바 있다.
빠른 조직 안정과 중흥그룹과의 시너지 극대화를 겨냥한 대규모 조직개편과 정기 임원인사도 즉각 단행했다. 이로써 기존 대우건설 대표이사 2명을 포함한 임원 36명이 회사를 떠났다. 대신 내부에서 40명의 임원이 승진했다. 중흥에서도 10명가량이 대우건설 임원으로 기용됐다.
한편 대우그룹 주요 계열사로 국내 건설업계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잘 나갔던 대우건설이었지만 회사 출범 50년 동안 이 회사만큼 '기구한 운명'을 겪어온 곳도 드물어 보인다.
1973년 출범한 대우건설은 1998년 모기업이던 대우그룹이 해체된 후 경영난으로 2002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구조조정을 거치며 1년 만에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민간에서 새 주인을 찾기 시작했다.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 컨소시엄(6조6000억 원)에 인수됐다. 하지만 당시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이 인수 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입에 의존해 '승자의 저주' 논란에 휩싸였다.
금호는 인수 3년 만인 2009년 대우건설을 다시 매물로 내놓았고 2011년 우여곡절 끝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관리기관인 산은이 매각 시기를 저울질한 가운데 2018년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호반이 대우건설 해외사업 부실을 이유로 인수를 포기하는 바람에 다시 표류하고 만다. 금호와 결별하고 국책은행인 산은을 주인으로 삼은 지 12년 만인 이번에 민간의 중흥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은 것이다.
출범 50년 동안 대우, 금호, 산업은행 등 민간과 국책기관 3곳을 차례로 주인으로 삼다가 4번째 새 주인으로 민간의 중흥을 맞았으니 어찌 운명이 기구하다 아니 할 수 있으랴. 시평이 한참 아래인 중흥그룹에 인수된 대우건설이 향후 어떤 길을 걸어가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