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15 06:30 (월)
[손장환의 스포츠 史說]쇼트트랙 개혁 할 때다
[손장환의 스포츠 史說]쇼트트랙 개혁 할 때다
  •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 inheri2012@gmail.com
  • 승인 2022.02.09 2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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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코스의 순위 경쟁은 몸싸움 유발 … 비디오 판독도 못믿어
직선주로 28.85m 불과해 코너링 자리 확보 과정의 반칙 빈번해
베이징의 오심은 쇼트트랙의 기록경기 전환 또는 퇴출논의 계기
최소한 4명에서 6명의 선수가 빠른 속도로 뒤엉켜 도는 쇼트트랙 특성상 비디오 판독 없이 깔끔하게 끝나는 경기는 없다. 사진=베이징 2022 올림픽,대한빙상경기연맹/이코노텔링그래픽팀.

이제는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도 기록경기로 바뀔 때가 됐다. 오래전부터 쇼트트랙은 순위 경쟁 종목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베이징 올림픽을 보면서 확신하게 됐다.

쇼트트랙은 400m 트랙이 아니라 111.2m의 짧은 타원형 트랙을 도는 경기다. 출발하자마자 코너를 돌아야 한다. 더구나 레인이 정해지지 않은 오픈 방식이므로 유리한 인코스를 차지하기 위한 몸싸움이 치열하다. 쇼트트랙의 직선주로는 28.85m에 불과하다. 따라서 직선주로에서 추월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고, 좁은 코너에서 추월을 시도하다가 무수한 접촉과 반칙이 일어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지기 때문에 심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전에는 심판의 눈을 피해 교묘한 반칙을 일삼는 선수도 있었으나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이후 비디오 판독이 도입되자 많이 사라졌다.

최소한 4명에서 6명의 선수가 빠른 속도로 뒤엉켜 도는 쇼트트랙 특성상 비디오 판독 없이 깔끔하게 끝나는 경기는 없다. 심판이 비디오를 돌려보고 최종 판단을 내리기 전에는 1위로 들어왔어도 어정쩡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8일까지 벌어진 쇼트트랙 경기 중 25% 정도가 비디오 판독 이후 결과가 달라졌다.

판정만 정확하다면 그 정도 불편은 감수할 수 있다. 그러나 베이징 올림픽을 보면 비디오 판독도 왕도가 아니다. 혼성계주 준결승에서 3위로 들어온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가 실격되면서 결승에 올라 결국 금메달을 땄다. 터치 없이 교대한 중국도 실격돼야 했으나 그냥 넘어갔다.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1위로 들어온 한국의 황대헌이 실격되고, 중국 선수 두 명이 모두 결승에 올랐다. 어떤 신체 접촉도 없었기에 의도를 의심하기에 충분했다.

비디오 판독은 판정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그러나 이 제도가 오히려 악용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드러났다.

순식간에 몸싸움이나 반칙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고, 그래서 모든 경기에 비디오 판독을 해야 하고, 그마저도 정확하지 않다면 그런 종목은 퇴출해야 한다. 올림픽 정신에도 맞지 않고, 스포츠맨십에도 어긋난다.

스피드스케이팅은 인코스와 아웃코스가 명확히 구분된다. 2018년 평창 올림픽부터 채택된 매스 스타트가 유일한 오픈 형식의 순위 경쟁이지만 이건 400m 트랙을 16바퀴(6,400m) 도는 장거리다.

육상도 100m, 200m, 400m 등 단거리는 모두 레인이 구분돼 있다. 신체 접촉을 피하고, 정당한 실력을 겨루기 위함이다.

쇼트트랙은 태생적으로 반칙의 문제를 안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정작 결승에서 반칙을 당한 선수를 구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준결승까지는 반칙을 당한 선수를 어드밴티지로 구제해 준다. 하지만 결승에서는 그대로 끝이다. 반칙을 당해 넘어졌어도 구제할 방법이 없다. 이 허점을 악용한 '고의 충돌'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두 명 이상이 결승에 오른 팀에서 그중 한 명이 우승 후보와 함께 넘어지는 것이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남자 1,000m 결승에서 안현수와 안톤 오노 등 선두권 선수들이 모두 넘어지는 바람에 꼴찌였던 호주의 브레드버리가 어부지리로 금메달을 딴 것을 빗대 "브레드버리하자"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다.

쇼트트랙이 살아남으려면 기록경기로 바뀌어야 한다. 쇼트트랙은 코너링이 중요한 경기다. 기록경기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만일 순위경기 방식을 포기할 수 없다면 사이클의 추월 경기를 고려할 수도 있다. 서로 반대편에서 출발해 추월하면 끝나고, 끝까지 추월하지 못하면 기록으로 순위를 가린다.

스포츠는 정정당당해야 한다. 실력과 무관한 '꼼수'와 '반칙'이 통하는 스포츠라면 퇴출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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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86년 중앙일보 입사. 사회부-경제부 거쳐 93년 3월부터 체육부 기자 시작. 축구-야구-농구-배구 등 주요 종목 취재를 했으며 93년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98년 프랑스 월드컵,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한일 월드컵,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을 현장 취재했다. 중앙일보 체육부장 시절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으며Jtbc 초대 문화스포츠부장을 거쳐 2013년 중앙북스 상무로 퇴직했다. 현재 1인 출판사 'LiSa' 대표이며 저서로 부부에세이 '느림보 토끼와 함께 살기'와 소설 '파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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