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창구는 물론 현금 자동 인출기(ATM)의 현금 입출금 중단해
전자결제 보편화와 디지털 위안화 보급으로 현금없는 사회 가속
중국에서 인터넷 전문은행이 아닌데도 입출금 등 현금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은행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전자결제 서비스가 보편화한 가운데 법정 디지털 화폐인 디지털 위안화가 본격 보급되면서 중국이 '현금 없는 사회'에 가까워지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의 6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 소재 중관춘은행은 4월부터 창구와 현금자동인출기(ATM)를 통한 현금 입출금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최근 공지했다. 랴오닝성 소재 전싱은행도 3월부터 현금 관련 서비스를 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두 중소 은행의 '현금 없는 은행' 선언은 중국이 4일 개막한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법정 디지털 화폐인 디지털 위안화 보급을 전면화한 가운데 이뤄졌다. 이에 따라 이들 은행 고객들은 지폐나 동전 등 현금을 직접 입출금하지 못하고 인터넷뱅킹을 통해서만 예금, 출금, 대출, 투자상품 구매 등 은행 업무를 보아야 한다.
SCMP는 "중국 은행들이 어떻게 디지털 뱅킹에 집중하는지를 보여준다"며 "이는 중국이 완전한 현금 없는 사회로 행진을 가속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장기적으로 디지털 위안화로 종이나 금속 재질로 된 기존 현금을 상당 부분 대체할 계획이다. 가상화폐와 정반대로 '중앙 집중'에 기반한 디지털 위안화는 100% 추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경제·사회 통제권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위안화를 전면 보급해 내부적으로 민간 기업인 알리바바와 텐센트 양사가 장악한 금융 인프라를 국가 주도로 재편하고, 외부적으로는 달러 중심의 국제 통화 질서의 변화를 꾀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2019년 말부터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대도시에서 디지털 위안화 공개 시험을 진행했다. 디지털 위안화는 현재 이들 도시에서 대규모로 사용되고 있다. 디지털 위안화는 오프라인 상점 외에도 징둥과 알리바바 계열 전자상거래, 디디추싱등 차량공유, 메이퇀 등 음식 배달 서비스, 트립닷컴 등 항공·여행, 비리비리 등 다양한 인터넷 플랫폼에서 결제수단으로 쓸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디지털 위안화 전자지갑, 디지털 위안화 사용 가능 장소는 각각 2억6000만개, 800만곳을 넘겼다. 누적 거래액도 875억위안(16조원)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