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관광중심지역에 있는 불교와 중국전통의 사묘를 주로 돌아보기로 했다. 우선 오야묘를 갔다. 이곳은 중국전통의 신앙활동이 이뤄지는 사묘로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고 있다. 불교성지인 이곳에 전통신앙과 도교의 신령을 모신 장소가 적어서인지 모르겠으나 많은 인파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이 사묘 내에는 상설로 무대가 설치되어 있고 거의 지속적으로 경극이 공연되고 있다.
대사를 잘 알아듣지 못해 별 재미를 느끼지 못하겠으나 중국인들로서는 자신들의 전통신앙 공간에서 전통의 예술활동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의 문화와 정체성을 확인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리라 생각이 든다. 어제 와본 오야묘보다 오늘이 훨씬 더 붐빈다. 셋 방향에서 긴 줄의 행렬이 한 곳으로 향하고 있는데 바로 지하실에 설치된 몇 마리의 거대한 용 조각 때문이다. 이를 참관하고 배례하기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알 듯 하면서도 중국인을 잘 모르겠다. 이곳의 용왕님이 아주 영험한가 보다. 실용적인 중국인의 종교감정이나 종교행태를 미뤄볼 때 그냥 막연히 특정 숭배물에 예를 표하진 않기 때문이다.
너무나 붐벼 지하실에 있다는 용조각을 보는 것을 포기하고 타먼쓰를 다시 갔다. 이 절의 티벳불탑은 55m를 넘는다고 상주하는 스님이 설명해준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중국 경내에서 가장 높은 티벳불탑으로 티벳불교가 주로 신앙되는 티벳이나 청해, 사천에도 이렇게 높은 티벳불탑이 없다는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이곳 우타이산에 중국풍의 사찰에 티벳풍 사탑이 혼합되어 있는 것은 청조의 종교정책, 불교정책과 연관이 있지 않나 싶다. 청조는 잘 알고 있듯이 한족이 아닌 만주족이 수립한 정권으로 청조 내내 한족에 대한 견제가 이어졌고 이에 따라 한족이 주로 신앙하는 중국불교는 견제 내지는 제약하는 정책이 추진되었다면 티벳불교는 바로 한족의 기세를 제어하고 견제하는 차원에서 보호하고 중시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이 절에서 어제 승려들이 학습하는 모습을 다시 한번 더 보고 싶었다. 긴 앉은뱅이 책상에 두툼한 방석이 한줄 책상에 5, 6개 놓여있다.가운데 불상을 봉안하였고 좌우로 마주보는 긴 낮은 책상이 각각 5줄씩 늘어서 있는 것 같다. 황색가사를 걸친 승려들은 티벳불경을 한역한 것을 독경하고 있다. 그들이 처음 경을 읽을 때는 아주 작은 소리로 그리고 낮은 음으로 마치 흐르는 개울물소리 같은 느낌을 주었으나 점차 속도가 빨라지고 음도 높아진다. 이런 과정에 각종 법기들이 동원되어 스님들의 독경소리와 훌륭한 화음을 이루면서 마치오케스트라의 연주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경의 속도가 빨라지고 고조되면 웅장하고 귀청을 찢는 듯한 징을 박자에 맞춰 십여차례 세게 부딪히게 되고 동시에 스위스 산골의 목동이 부는 긴 나팔과 비슷한 거대한 나팔과 거대한 소라가 함께 소리를 낸다. 독경이 고조기에 도달하면 마치 번개와 천둥이라도 치는 듯한 전율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스님의 독경소리와 법기가 내는 소리가 어우러져 ‘공연’은 매우 드라마틱하게 진전되었다. 30여분을 스님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차원의 음악에 몰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