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그렇다면 오늘은 휴업(?)이다. 어제 저녁 이미 복숭아와 토마토를 샀고 우란차푸에서 산 과자와 사과 한 알도 있어 아침은 물론 점심까지도 방을 나서지 않고 해결할 수 있다.
갤 것 같지 않은 날씨가 10시반 쯤 커턴을 걷어보니 비는 그쳤다. 나가봐야겠다. 오늘은 따퉁성벽을 한번 둘러보고 또 다른 시내 중심가라고 호텔직원이 일러준 월마트 상가로도 가봐야겠다. 호텔 앞에서 15번 노선버스를 타고 웨이두 대도를 직선으로 달려 좌회전을 하고 시정부를 지나 우회전을 하니 파크슨백화점이 자리잡고 있는 또 다른 중심가였다. 우선 길 건너편에 맥도날드 건물이 눈에 들어와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커피가 10.5위안이고 신통하게도 전혀 쓴 맛이 나지 않는다. 아침에 비가 내려서인지 넓은 점내는 비교적 한가하고 대형 창을 통해 바깥을 조망할 수 있어 모처럼의 여유를 즐기게 되었다. 이어 시내를 좀 더 산책하다가 대형상가의 4층 건물에 있는 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먹다. 삼선두부와 겨자목이버섯, 그리고 밥을 주문했다. 냉채인 겨자목이버섯은 겨자맛이 정말 매웠다. 조금씩 조심스럽게 먹는데도 매워 절반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철판 삼선두부는 엄지손가락 한마디만한 크기의 부드러운 두부와 새우, 그리고 3~4가지 야채를 넣고 철판 위에 걸죽하게 졸인 것으로 약간 단맛이 났고 짜지 않아서 좋았다. 목이버섯 12위안, 삼선두부 22위안 밥 3위안 모두 37위안이 들었다. 이제는 밥 한그릇의 가격이 2위안보다는 3위안이 더 많아진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나와 인근의 켄터키 매장에 가서 6위안을 주고 커피를 한잔 하다. 파크슨백화점 부근에서 고성의 정남문인 용타이문이 보인다. 이제 이곳으로 가서 성벽을 한번 일주해야겠다. 날씨는 쾌청하여 햇빛이 내리쬐는데도 더운 느낌은 그다지 들지 않는다. 새벽과 아침에 빗줄기를 뿌렸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성문 밑의 한 행인에게 성벽으로 오르는 길이 어디에 있는지를 물었다. 성벽길을 따라 걸어면서 본 해자는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아서인지 전혀 물이 차지 않았으나 해자의 폭은 매우 넓어 적어도 50m 이상은 됨직하다. 용타이문에서 이제 성벽 동쪽으로 방향을 틀면 멀리 거대한 성루가 보인다. 허양문이다. 이곳에서 30위안을 주고 입장권을 사서 성벽을 올랐다. 성벽의 높이가 14-15m쯤 된다고 하고 성벽위 도로의 폭도 상당히 넓다. 어림잡아 4차선 도로를 충분히 만들 수 있을 정도의 폭으로 보인다. 성위의 길에는 햇빛을 피할 아무런 구조물이나 나무가 없었으나 그다지 덥지는 않다. 다시 방향을 전환하여 우딩문에 도착하니 따퉁의 성곽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약도가 전시되어 있다. 남문구간과 동문구간 그리고 북문구간은 복원공사가 완료되어 성벽 위를 걸을 수 있었으나 서문인 젠웬문 구간은 복원 공사 중이라서 더 이상 성곽길을 걸을 수 없었다. 아쉽지만 우딩문에서 내려와 성내에서 젠웬문으로 걸었다. 좌측에 거대한 고건축물 집단이 들어서 있고 일부에서는 대대적인 수리도 진행되고 있었다.
이곳은 바로 王府즉 말하자면 과거의 왕궁이었다.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이라 들어가서 자세히 살펴볼 수 없었으나 바깥에서 살펴본 바로는 왕궁이 고성지역내의 상당히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었다. 면적은 무려 17만5950평방m이고 명태조 주원장의 13子 朱桂의 왕부였다. 이곳은 원래 요 왕조 시절 국자감이 있던 자리였다고 한다. 이곳이 복원 완료되면 따퉁의 명물이 될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호텔로 돌아와 서울 출판사로 보낼 문장을 마지막으로 점검하고 발송하니 오후 7시가 넘는다. 저녁시장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오늘은 어제 저녁보다 덜 북적이고 활기가 좀 없어 보인다. 그래도 제법 많은 상인과 농민들이 주로 채소류와 과일류를 팔고 있고 지역주민들이 이들 농산물을 사고 있다. 중간에 망고주스를 팔고 있는 젊은 부부가 있어 2위안을 주고 망고주스를 한잔 사 마시고 물어봤다.
이 시장은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영업을 하느냐고. 저녁 무렵에만 장사를 하는 줄 알았는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영업을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렇다면 자기 가게를 갖고 일하는 도로 양켠의 상가 상인들이 불만이 심할텐데 그렇지 않은가라고 반문하자 점포의 통로를 완전히 막지만 않는다면 별 문제없이 상가 상인과 행상들 간에 문제없이 공존한다고 한다. 몇 장 촬영하고 거리 시장 부근의 한 식당에 들러 조개볶음 한 접시와 소 천엽을 채 썰어 무친 냉채 그리고 콩나물과 면류 시금치를 넣어 무친 냉채 등 모두 3가지 요리와 맥주 한병 그리고 밥 한공기를 주문해 먹었다. 56위안이다. 식사 후 꼬치구이 냄새가 온거리에 진동하는 꼬치구이류와 맥주를 파는 가게들을 지나 호텔로 돌아오다. 이제 내일은 이곳 따퉁을 떠나 중국의 불교도들에게 특히 몽골족에게 불교성지로 여겨지는 우타이산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