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 불구 '세계 공급망 불안' 등으로 고물가 방어에 역부족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5%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에도 불구하고 12월 물가가 3.7% 올라 내년에도 고물가 상황은 이어질 전망이다. 내년 대선 이후 4월부터 전기·가스 요금 인상이 예고돼 있어 더욱 그렇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2021년 소비자물가지수는 102.50(2020년 100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2.5% 상승했다.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9년(0.4%)과 지난해(0.5%) 2년 연속 0%대였는데 올해 2%대 중반으로 뛰어올라 2011년(4.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통계청은 "석유류와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 개인서비스, 농축수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연간으로 물가상승률이 2%대 중반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대비 3.2% 올랐다. 이 또한 2011년(4.4%)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따른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1.8% 올라 2015년(2.2%) 이후 최고 상승률을 나타냈다.
부문별로 보면 농축수산물이 올해 8.7% 올라 2011년(9.2%)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달걀(41.3%), 파(38.4%), 사과(18.5%), 돼지고기(11.1%), 국산 쇠고기(8.9%)의 오름폭이 컸다.
공업제품은 2.3% 올라 2012년(2.8%) 이후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올해 물가상승률 중 공업제품 기여도가 0.80%포인트로 상품과 서비스 항목을 통틀어 가장 컸다. 특히 석유류(15.2%)가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2008년(19.1%) 이후 가장 크게 올랐다. 개별 품목으로는 휘발유 14.8%, 경유 16.4%, 자동차용 LPG가 18.0% 상승률을 보였다.
우윳값 상승의 여파로 가공식품도 2.1% 올랐다.
올해 서비스 물가는 평균 2.0% 올랐다. 집세가 1.4% 상승하면서 2017년(1.6%) 이후 최고 상승률을 나타냈다. 전세(1.9%), 월세(0.7%)가 모두 올랐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진 뒤 소비심리가 살아나면서 외식 생선회(5.7%) 등 개인 서비스 물가도 2.6% 올랐다.
12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104.04(2020년=100)로 1년 전보다 3.7% 급등했다. 11월 상승률 3.8%보다는 소폭 낮지만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단행한 것을 감안하면 상승세는 더 거세진 양상이다.
12월에는 농축수산물(7.8%), 공업제품(4.7%), 전기·가스·수도(1.4%), 집세(2.0%), 공공서비스(0.9%), 개인서비스(3.4%)가 일제히 올랐다.
고물가 추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통계청은 "국제유가나 곡물·원자재 가격, 글로벌 공급망 등 상황이 완화되고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면서 "완화된다고 해도 시차가 있으므로 당분간은 상당히 높은 오름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정부도 내년 물가는 상고하저 양상을 띨 것으로 예상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날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내년 소비자물가는 국제유가 강세, 기저 영향 등으로 상반기에는 상승 압력이 지속되다 점차 상승폭이 둔화하는 상고하저의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