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24 15:05 (월)
[김성희의 역사갈피] 담배의 역사는 민주화와 현대화의 여정
[김성희의 역사갈피] 담배의 역사는 민주화와 현대화의 여정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 jaejae99@hanmail.net
  • 승인 2022.01.03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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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고 짧아진 궐련의 등장은 시간에 쫓기는 현장 노동자에게 출구 역할
19세기 들어 여성 해방운동가들의 ' 공공장소 흡연 '은 여권 신장의 상징
담배는 문명의 발전과 궤를 같이하며 현대화,민주화의 척도이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임인년 호랑이해가 밝았다. 새해를 맞으면 흔히 새로운 결심과 계획을 하기 마련이다. 이 중 가장 빈번한 것 중 하나가 금연이 아닐까 한다. 물론 담배를 피우지 않는 이들이 워낙 많다 보니 그 빈도가 예전만 못할 수 있지만 말이다.

요즘에야 천덕꾸러기 신세인 흡연자, 담배이지만 담배의 역사를 들춰보면 뜻밖의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현대화, 민주화의 척도이기도 했다는 점이다. 17세기 유럽에 담배를 처음 소개한 것으로 알려진 영국의 월터 롤리 경이 흡연하는 모습을 본 하인이 주인이 불타는 줄 알고 물을 끼얹었다는 이야기는 많이 알려졌으니 젖혀두자. 한데 담배가 문명의 발전과 궤를 같이한다는 사실은 흔히 간과된다. 다름 아닌 담배 피우는 용구의 변화가 그렇다.

17, 18세기 유럽에서 지배적인 흡연 도구는 파이프였다. 19세기 초에는 여송연이, 19세기 후반에는 궐련이 등장하는 과정이 산업혁명에 따른 시대 변화를 반영했다. 파이프 흡연은 담뱃잎을 썰고, 파이프에 채워 넣는 등 각종 도구와 손놀림이 필요했다. 여송연은 이런 과정을 크게 줄였다. 상품이 된 담배를 끝을 잘라 입에 넣기만 하면 피울 수 있게 되었다. 간편화, 가속화로 상징되는 '현대화'가 이뤄진 것이었다.

궐련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가볍고 짧은 궐련은 휴대가 간편하고, 손쉽게 피울뿐더러 흡연시간이 짧아져 시간에 쫓기는 노동자들도 사용하기 편했다. 흡연의 민주화랄까.

담배는 여권의 신장을 상징하는 대표적 물품이기도 했다. 17세기에서 19세기 사이에 여성 흡연자들은 조롱의 대상이었다. 그러기에 19세기 들어 프랑스 작가 조르주 상드 등 여성 해방운동가들은 공공장소에서 보란 듯이 담배를 피우는 것을 여권 확보 투쟁의 한 수단으로 삼았다. 19세기 말에야 여성의 흡연이 사회적으로 용납되었는데 그나마 궐련에 한해서였다. 파이프 담배와 여송연과 달리 궐련의 가벼움, 날씬함, 섬세함, 하얀 종이 등이 여성의 이미지와 연결된 덕분이었다. 독한 연기를 뿜어내는 파이프 담배와 여송연에 비해 궐련의 "독특한 향내와 섬세한 동그라미 구름은 규방의 향수"라는 식이었다.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은 처음부터 금지되었기에-요즘 확대되는 금연구역은 그 연장이랄까-거리 흡연자는 정치적 반항자, 위험한 민주주의자로 간주되었다는 아이러니한 역사도 있다. 19세기 독일에서 노동조합 운동의 선봉대 역할을 한 이들이 여송연 제조공이었던 사실이 그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이런 이야기를 담은 『기호품의 역사』(볼프강 쉬벨부쉬 지음, 한마당)를 보면 흔히 지나치는 주변의 사물에도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깃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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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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