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24 15:00 (월)
[손장환의 스포츠史說] '비주류'가 된 득점왕
[손장환의 스포츠史說] '비주류'가 된 득점왕
  •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 inheri2012@gmail.com
  • 승인 2021.12.31 2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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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규, 올 22골 넣으며 'K리그의 골잡이' 등극 … 국내파 주축 대표팀서도 빠져
수비 가담 적어 벤투 감독의 '빌드업' 전략과 어긋날 수도 있지만 골가뭄 땐 유용
대한축구협회가 발표한 한국 축구대표팀 26명 명단에 2021시즌 K리그 득점왕인 주민규(제주유나이티드FC·사진)가 또 빠졌다. 사진,자료=제주유나이티드FC/이코노텔링그래픽팀.
대한축구협회가 발표한 한국 축구대표팀 26명 명단에 2021시즌 K리그 득점왕인 주민규(제주유나이티드FC·사진)가 또 빠졌다. 사진,자료=제주유나이티드FC/이코노텔링그래픽팀.

지난 연말 대한축구협회가 발표한 한국 축구대표팀 26명 명단에 2021시즌 K리그 득점왕인 주민규(제주)가 또 빠졌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에서 이란에 이어 2위에 올라있는 한국은 1월 27일 레바논 원정경기를 시작으로 최종예선을 이어간다. 이를 대비해 터키 전지 훈련을 하면서 아이슬란드, 몰도바와의 친선경기도 예정돼 있다.

하지만 전지 훈련 기간이 FIFA(국제축구연맹)가 정한 A매치 기간이 아니어서 유럽파들은 합류하지 못해 골키퍼 김승규(가시와)를 제외한 25명이 국내파로 구성됐다. 이들 중 몇 명이나 최종 엔트리 23명에 포함될지 알 수 없다. 아마 절반 이상이 탈락할 것이다. 따라서 이런 전지 훈련을 왜 하는지 의문도 있다.

주민규는 외국인 골잡이들이 득실대는 K리그에서 2016년 정조국(당시 광주) 이후 5년 만에 등장한 토종 득점왕이다. 그런데 월드컵 최종예선도 아니고, 국내파로 구성된 전지 훈련 명단에도 빠진 것이다.

대표선수 구성은 철저하게 감독의 판단에 따른다. 감독마다 추구하는 스타일이 다르고, 거기에 맞는 선수를 기용하므로 밖에서 보는 기준과 다를 수 있다. 득점왕이 꼭 대표팀에 뽑혀야 하는 것도 아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보여준 경기력, 우리 대표팀이 추구하는 스타일에 맞는지를 검토했다"라고 말했다. 주민규는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스타일에 맞지 않는 것이다.

주민규는 2021시즌 22골을 넣었다. 오른발, 왼발, 머리 등 온몸으로 골고루 골을 넣었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의 움직임과 골 결정력은 국내 최고라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많이 뛰는 스타일은 아니다. 수비 가담도 적고, 벤투 감독의 빌드업 작전에 적합하지 않다.

현대 축구에서 활동 반경이 작은 선수를 좋아하는 감독은 없다. '토탈사커'나 '콤팩트 축구'는 모두 공격수의 수비 능력까지 요구한다. 공격수가 공을 뺏겼을 때 곧바로 1선 수비수가 돼야 한다. 2002년 당시 히딩크 감독이 '게으른 천재'인 이동국을 외면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표 엔트리가 23명이라는 사실에 주목하자. 통상 골키퍼 3명에 필드플레이어 20명이다. 세 명의 골키퍼가 모두 돌아가며 출전하는 경우는 없다. 세 번째 골키퍼는 부상이나 퇴장을 대비하는 것이다. 통상 교체 선수까지 포함해서 주력 선수는 16∼17명이다.

이를 악용해서 대표선수 장사를 했던 감독도 있다. 1년간 대표팀을 들락거린 선수가 50명이나 됐다. '전 국가대표 선수'라는 타이틀이 붙으면 몸값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당시 감독은 "어차피 경기에는 16명 정도만 뛰는데 나머지 선수들이 누가 되든지 뭐가 중요한가"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이 경우는 나쁜 사례지만, 실제로 2∼3명은 '조커'의 영역이라는 얘기다. 모든 선수가 다 비슷한 스타일과 역량일 필요는 없다. 골잡이는 골 넣는 방법을 안다. '꿩 잡는 게 매'다. 감독의 의도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위기의 순간에 써먹는 게 조커다. 주민규를 뽑으라는 주장이 아니다. 굳이 '계명구도(鷄鳴狗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무기는 다양할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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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86년 중앙일보 입사. 사회부-경제부 거쳐 93년 3월부터 체육부 기자 시작. 축구-야구-농구-배구 등 주요 종목 취재를 했으며 93년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98년 프랑스 월드컵,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한일 월드컵,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을 현장 취재했다. 중앙일보 체육부장 시절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으며Jtbc 초대 문화스포츠부장을 거쳐 2013년 중앙북스 상무로 퇴직했다. 현재 1인 출판사 'LiSa' 대표이며 저서로 부부에세이 '느림보 토끼와 함께 살기'와 소설 '파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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