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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의 역사갈피]美대통령 선거 최악의 '이전투구'는?
[김성희의 역사갈피]美대통령 선거 최악의 '이전투구'는?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 jaejae99@hanmail.net
  • 승인 2021.12.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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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8년 잭슨과 애덤스의 재대결서 도를 넘는 가족사생활 들추기
애덤스는 선거에 지자 취임식에 참석하던 관례 깨고 워싱턴 떠나
1884년 혼외자식 비난 "엄마,엄마, 아빠는 어딨어?" 슬로건 등장
존 퀸시 애덤스(왼쪽)와 앤드류 잭슨(오른쪽)이 맞붙은 1828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가히 진흙탕 싸움의 전형이라 할 만했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존 퀸시 애덤스(왼쪽)와 앤드류 잭슨(오른쪽)이 맞붙은 1828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가히 진흙탕 싸움의 전형이라 할 만했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앤드류 잭슨과 존 퀸시 애덤스가 맞붙은 1828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가히 진흙탕 싸움의 전형이라 할 만했다. 앞선 1824년 선거의 승부는 하원에서 결판났는데 일반투표에서 승리했던 잭슨이 패배했기에 구원(舊怨)이 있던 터였다.(애덤스의 승리에 일조했던 헨리 클레이 연방 하원의장이 선거 직후 애덤스 내각의 국무장관이 되어 유착 논란을 빚었던 사실은 젖혀두자.)

잭슨 진영은 러시아 대사로 있던 애덤스가 한 젊은 여자에게 러시아 황제와 동침하도록 강압했다며 애덤스를 '포주'라 불렀다. 심지어 백악관 재산 목록에 당구대와 체스 세트가 포함된 것을 빌미로 애덤스가 백악관에서 도박판을 벌인다는 흑색선전을 벌이기도 했다.

애덤스 진영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전쟁영웅 잭슨이 인디언을 처형했던 사실을 들어 올가미를 늘어뜨린 교수대 그림과 함께 "잭슨이 대통령이 되면 너희들은 교수형이다"라 공격하는 식이었다.

이 정도였으니 양 후보 진영의 부인이 공격 타깃에서 벗어날 리 없었다. 잭슨은 애덤스의 부인 루이사 애덤스가 성 관계에 집착하는 여자로, 혼전에 이미 2명의 아이를 부도덕하게 낳았다고 주장하는 등 가족과 성 추문을 선거판에 끌어들였다.

애덤스 지지자들이라고 가만히 있었을까. 당시 앤드류 잭슨은 아내 레이첼이 전 남편과의 이혼이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모른 채 그녀와 결혼한 상태였다. 애덤스 측은 당연히 이를 물고 늘어졌으니 레이첼 잭슨을 둘러싼 루머와 추문은 갈수록 증폭되어 결국 비극적 결과를 낳았다. 잭슨이 선거에서 승리해 백악관에 입성한 며칠 뒤 레이첼이 사망하고 말았던 것이다.

잭슨 대통령은 애덤스가 자기 아내를 죽게 했다며 비난을 퍼부었고, 애덤스는 전임 대통령이 신임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던 관례를 깨고 워싱턴을 떠나버리고 말았다.

이 같은 사실은 미국 역대 선거에서 진흙탕 싸움의 역사와 전략을 짚은 『네거티브전쟁』(데이비드 마크 지음, 커뮤니케이션북스)에 나온다. 아들 아내까지 휩쓸려 들어가는 요즘 정치판이 한심스러워 들춰본 책이다. 대통령제가 처음 도입된 나라에서 200년 전 벌어진 일이지만, 선거와 네거티브는 불가분의 관계인가 싶은 의구심도 든다.

역대 흑색 선전의 정점이라 할 구호를 소개한다. 1884년 선거에서 그로버 클리블랜드 민주당 대선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쓰인 "엄마, 엄마, 아빠는 어디 있어?"이다. 클리블랜드가 혼외정사로 낳은 자식을 유기했다는 소문을 압축한 '명 슬로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리블랜드는 남북전쟁 이후 최초의 민주당 대통령이 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이런 현명한 선택이 나라를 살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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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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