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15 07:50 (월)
[손장환의 스포츠史說] 54세 日미우라 '그라운드 로망'
[손장환의 스포츠史說] 54세 日미우라 '그라운드 로망'
  •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 inheri2012@gmail.com
  • 승인 2021.12.22 22: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 J리그 단 1경기서 1분만 뛰는 수모를 당했지만 "내년에도 선수로 뛰겠다"
최고령 기록의 연장 말고 무슨 의미? 일본 언론에서도 칭송과 비난 엇갈려
1993년 미국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펄펄 날던 미우라의 결승 골 장면 떠올라
1967년생으로 올해 54세인 요코하마 FC 소속 미우라 카즈요시 선수가 내년에도 현역으로 뛴다. 사진(요코하마 FC 소속 미우라 카즈요시 선수),자료=요코하마 FC/이코노텔링그래픽팀.
1967년생으로 올해 54세인 요코하마 FC 소속 미우라 카즈요시 선수가 내년에도 현역으로 뛴다. 사진(요코하마 FC 소속 미우라 카즈요시 선수),자료=요코하마 FC/이코노텔링그래픽팀.

오랜만에 '카즈'의 이름을 봤다. 1967년생으로 올해 54세인 미우라 카즈요시가 내년에도 현역으로 뛴다는 소식이다. 요코하마 FC 소속으로 올 시즌 J리그에서 단 1경기 1분만 뛰는 수모를 당했지만, 4부리그든 지역리그든 불러주기만 하면 뛰겠다고 했다.

현역으로 무려 36시즌을 뛴 그의 대단한 몸 관리 능력과 의지력에 박수를 보내면서 동시에 '굳이?' 하는 의문이 들었다. 역할을 거의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최고령 기록 연장 말고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일본 언론에서도 칭송과 비난이 엇갈리고 있다. '만일 미우라가 골이라도 넣는다면 그만큼 J리그 수준이 형편없다는 반증'이라는 기사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시각이다.

미우라를 처음 봤던 1993년 카타르 도하에서의 기억이 새록새록 살아난다. 94 미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벌써 28년 전이다. 일본은 브라질 유학파인 미우라와 브라질 귀화 선수 루이 라모스를 앞세워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고 있었다.

일본 연습장에서 직접 목격한 미우라와 라모스의 실력은 내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경이로울 정도였다. 프리킥 연습이었다. 라모스가 수비 스크럼을 살짝 넘겨주면 미우라가 달려와 왼발 발리슛을 했다. 10점 만점에 10점. 100% 성공률이었다. 중원의 라모스와 최전방 미우라의 호흡은 완벽했다.

한국은 1차전에서 이란을 3-0으로 꺾고, 이라크와 사우디아라비아와 비겨 1승 2무로 일본을 만났다. 반면 일본은 이란에 0-1로 지는 바람에 반드시 한국을 이겨야 했다. 일본의 공격은 모두 라모스의 발에서 시작됐다. 따라서 라모스만 묶으면 미우라도 무용지물이라고 생각했다. 김호 감독 생각도 같았다. 라모스를 한국 수비의 핵 신홍기가 전담 마크했다.

그런데 선발 명단을 받는 순간 뭔가 잘못된 것을 알았다. 라모스와 포지션이 겹치는 기타자와가 명단에 들어있었다. 경기 내내 라모스는 외곽을 돌며 신홍기를 끌어냈고, 기타자와가 라모스 역할을 했다. 결국 미우라에 결승 골을 얻어맞고 0-1로 졌다. 미우라의 엉덩이춤 세리머니도 기억난다. 9년 만의 일본전 패배였고, 월드컵 본선 진출에 먹구름이 낀 순간이었다.

다행히 마지막 경기에서 이라크가 일본과 2-2로 비겨주는 바람에 한국은 기적처럼 본선에 올랐고, 첫 월드컵 무대를 기대했던 미우라는 그라운드에 쓰러져 눈물을 흘렸다.

일본 축구의 대명사였던 미우라는 1990년부터 2000년까지 10년간 일본 대표로 뛰면서 89경기 55골을 기록했으나 월드컵 본선에는 한 번도 뛰지 못한, 비운의 선수다. 94년에는 이라크가 발목을 잡았고, 98년 프랑스 월드컵 때는 전성기가 지났는지 예선에는 뛰었으나 본선 명단에는 빠져버렸다.

지도자 등 다른 길을 마다하고, 현역의 길을 선택한 미우라. 관리를 잘하면 50대 중반에도 현역 축구선수로 뛸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준 것만으로 미우라는 박수받을 만하다.

---------------------------------------------------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86년 중앙일보 입사. 사회부-경제부 거쳐 93년 3월부터 체육부 기자 시작. 축구-야구-농구-배구 등 주요 종목 취재를 했으며 93년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98년 프랑스 월드컵,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한일 월드컵,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을 현장 취재했다. 중앙일보 체육부장 시절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으며Jtbc 초대 문화스포츠부장을 거쳐 2013년 중앙북스 상무로 퇴직했다. 현재 1인 출판사 'LiSa' 대표이며 저서로 부부에세이 '느림보 토끼와 함께 살기'와 소설 '파랑'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효령로 229번지 (서울빌딩)
  • 대표전화 : 02-501-63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장재열
  • 발행처 법인명 : 한국社史전략연구소
  • 제호 : 이코노텔링(econotelling)
  • 등록번호 : 서울 아 05334
  • 등록일 : 2018-07-31
  • 편집인: 임혁
  • 발행인 : 김승희
  • 발행일 : 2018-10-15
  • 이코노텔링(econotelling)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2 이코노텔링(econotelling). All rights reserved. mail to yunheelife2@naver.com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장재열 02-501-6388 kpb11@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