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뉴 삼성' 쇄신 의지 반영 … 성과 낸 외국인 '승진대열'

삼성전자가 9일 임원 인사에서 30대 상무, 40대 부사장을 다수 배출했다. 소프트웨어 분야 인재를 대거 발탁하고, 여성‧외국인 임원 승진도 늘렸다. 이틀 전 대표이사 3명을 전격 교체한 사장단 인사와 마찬가지로 이재용 부회장의 '뉴삼성' 쇄신 의지가 반영됐다.
이번 정기 임원 인사에서 승진자는 부사장 68명, 상무 113명 등 198명이다. 지난해(214명)보다는 적고 2019년(158명), 2020년(162명) 인사 때보다는 많다. 삼성전자는 "성과주의 원칙 아래 미래 지속성장을 위한 리더십 보강을 위해 큰 폭의 승진 인사를 했다"고 밝혔다.
새롭게 '별(상무)'을 단 경우는 113명으로 지난해(111명)와 비슷하다. 연구개발(R&D) 부문 최고 전문가인 펠로우와 마스터는 각각 1명, 16명 승진했다.
최근 인사제도 개편을 통해 전무‧부사장 직급이 통합된 부사장 승진자는 68명이다. 지난해(부사장 31명, 전무 55명)보다는 줄었다. 이번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젊은 리더' 발탁이다. 연공서열을 파괴한 인사 혁신안에 따라 40대 부사장과 30대 상무가 대거 배출됐다.
45살에 부사장이 된 김찬우 삼성리서치 랩장이 대표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을 거친 김 부사장은 삼성의 음성인식 기술 개발을 주도했다. 47세인 손연수 메모리사업부 D램기획 그룹장은 차세대 D램 사업 경쟁력 향상에 기여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소비자가전(CE)과 IT‧모바일(IM)을 통합한 세트(SET) 부문과 반도체(DS) 부문에서 고르게 40대 부사장이 나왔다. 세트 부문에선 고봉준(49) VD사업부 랩장, 이영수(49) 글로벌기술센터 팀장, 박찬우(48) 생활가전사업부 그룹장 등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DS 부문에선 박찬익(49) 미주총괄 팀장, 신승철 파운드리사업부 팀장 등이 부사장에 올랐다.
30대 상무도 4명(세트 부문 2명, DS 부문 2명) 발탁됐다. 지난해 30대 임원 승진자는 1명이었다. 박성범 상무는 AMD와 공동 개발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완성도 향상에 기여한 성과를 인정받아 37세에 임원을 달았다. 소재민(38) VD사업부 상무, 심우철(39) 삼성리서치 상무, 김경륜(38) 메모리사업부 상무 등이 직급·연차에 관계없이 성과와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아 임원으로 승진했다.
여성‧외국인 임원 승진자는 17명이다. 2017~2021년 인사 때(9~11명)보다 크게 늘었다. 삼성전자는 "다양성과 포용성 강화를 위해 여성과 외국인에 대한 승진 문호 확대 기조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확대를 주도한 주드 버클리 삼성전자아메리카(SEA) 모바일비즈장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중앙처리장치(GPU) 기술 개발에 기여한 마이클 고다드 삼성 오스틴 리서치센터 연구소장은 상무를 달았다.
맞춤형 가전인 비스포크 컨셉트를 개발한 양혜순 생활가전사업부 상무가 부사장에 올랐고, 반도체 매출 향상에 기여한 오양지 DS 부문 화북영업팀장은 상무로 승진했다. 김유나 삼성리서치 상무, 윤보영 네트워크사업부 상무, 정신영 파운드리사업부 상무도 여성 임원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와 사용자경험(CX) 부분 임원 인사에도 신경을 썼다. 타이젠 운영체제(OS) 개발을 주도한 김두일 부사장,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에 기여한 백아론 삼성리서치 상무, 중장기 CX 로드맵 수립을 주도한 안용일 부사장 등이 그런 경우다.
기술력을 대표하는 R&D 부문에선 펠로우 1명, 마스터 16명이 선임됐다. 김동원 DS부문 반도체연구소 펠로우, 김영진 세트 부문 VD 사업부 마스터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