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협상의 여진이 이어지면서 13일 원/달러 환율이 10원 넘게 급등해 1,190원 선에 바짝 다가섰다. 시장에선 이러다가 심리적 저항선인 1,200원을 넘어서는 게 아니냐를 우려를 낳았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0.5원 급등한 1,187.5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3월 4일 원/달러 환율이 1천118.5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두 달여 사이 69원 올랐다. 환율이 종가로 1,180원을 넘은 것은 2017년 1월 16일(1,182.1원) 이후 2년 4개월 만이다. 지난주 미중 무역 협상이 ‘노딜’ 끝난 여파가 시장에 남은 데다 개장 전 발표된 5월 초순의 한국 수출 지표의 부진도 달러 강세를 부추겼다.
미중 무역협상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관세인상 발표만 남긴 채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미뤄졌다. 양국 관계자의 긍정적 발언으로 향후 협상에 대한 기대감이 퍼졌지만, 미국의 관세율 인상과 한 달이라는 데드라인,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압박 수위 강화 등은 원화를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 통화 매수를 꺼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우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입장에서 미국 무역 갈등에 따른 부담이 큰 상황이다.
환율 급등의 여파로 주가도 급락했다.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9.03포인트(1.38%) 급락한 2,079.01에 장을 마치며 2,100선이 무너졌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천400억원, 1천304억원 어치를 순매도하며 주가 하락을 이끌었다.
코스닥지수는 낙폭이 더 커 13.82포인트(1.91%) 내린 708.80으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외국인이 435억원, 기관이 730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원/달러 환율 급등은 한국 돈 원화의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것으로 국제 금융시장이 한국 실물경제를 그만큼 부정적으로 보고 있음이다. 원화가치는 지난달 1일부터 이달 8일까지 한 달여 사이 주요 신흥국 가운데 지난해부터 외환위기가 진행 중인 터키 리라화(-9.0%)와 아르헨티나 페소화(-3.7%)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낙폭(-2.9%)을 기록했다. 13일 원화가치 추가 하락으로 한 달새 낙폭은 3% 이상으로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