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을 자신의 권력으로 착각하거나 정치력 쌓는 것 '위험' 절감
국가 과제에 대한 지식, 대통령보다 더 깊게 많이 알기위해 공부
쓰루가 청와대 비서실에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첫째, 리더는 어젠다(agenda・국가과제)를 선점하고 그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에서 경제수석을 하는 동안 그는 박통이 경부고속도로, 포항제철소, 중화학공업 등을 그 기본 아이디어 발상에서부터 정책 수립, 추진, 마무리까지 전 과정을 얼마나 굳은 결의를 가지고 어떻게 행정부와 여당을 이끌어가는지를 지켜볼 수 있었다.
둘째, 리더의 통치이념을 정책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청와대 비서실과 관계 부처가 몇 걸음 앞선 국가과제를 대통령에게 제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판단할 수 있는 기본 자료를 가감이나 왜곡 없이 제공하되, 여러 선택지 중 자신의 의견은 무엇인지 확실히 밝혀두어야 하는 것이다. 이 점은 박통이 경부고속도로나 소양강댐 건설을 두고 다양한 기관과 주체들이 올린 의견 가운데서 바른 선택을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할 때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셋째, 대통령의 신임을 얻기 위해서는 대통령보다 더 많이, 더 깊이 알고 있어야 하고, 대통령이 정책관을 수립하도록 지원해야 하며, 대통령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관해 늘 눈과 귀를 열어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점은 포항제철소, 울산 석유화학단지 추진 과정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
넷째, 청와대 비서실이나 관계 부처는 대통령이 '제대로 통치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는 점이다. 소속기관에 부여된 권한을 자신의 권력으로 착각하거나, 자신에게 굽실대는 것을 자신의 리더십에 대한 인정이나 존중으로 여겨 '자신이 직접 정치하려 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 최고 통치자를 보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지도자인 것처럼 나대는 것은, 단일 절대권력을 기본 전제로 하는 권력자 앞에서는 자살행위와 다름없었다.
쓰루는 이러한 '고위 관직 직무 수칙'을 왕초나 박충훈, 김성곤이나 김종필 등 대통령의 신임을 받았던 권력자들이 이러저러한 이유로 내침을 당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깨달았다. 그가 정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대통령이 원하는 것을 하루속히 이루는 것이 자신의 바람이자 출세하는 길로 여긴다는 점은 두루두루, 특히 박통에게 대낮처럼 알려져 있었다.
2년 반 동안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일하면서 그는 박통의 통치이념과 철학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박통의 깊은 신뢰를 누리게 되었다. 박통이 어떤 국가과제를 어떤 우선순위로 실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하고 있었다. 쓰루는 '준비된 부총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