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이 조양호 전 회장 별세 이후 경영권 갈등을 겪고 있는 양상이다. 한진그룹은 그동안 조 전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가 순탄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왔는데, 8일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시 대상 기업집단 지정 발표가 연기되면서 한진가 내 갈등설이 제기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당초 10일로 예정했던 2019년도 공시 대상 기업집단 지정 발표를 닷새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공정위는 발표 연기 사유가 "한진이 차기 동일인 변경 신청서를 8일 현재까지 제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동일인(총수)은 기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인물로, 지난해 기준 삼성그룹 동일인은 이재용 부회장, 롯데그룹 동일인은 신동빈 회장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진 측은 조양호 전 회장 작고 이후 동일인을 누구로 할지에 대한 내부적인 의사 합치가 이뤄지지 않아 동일인 변경 신청을 못하고 있다고 공정위에 소명했다. 한진이 내부적으로 경영권 갈등을 겪고 있음을 인정한 셈이다. 공정위 발표 직후 한진그룹 측은 "공정위에 제출할 서류 준비가 늦어져 못 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8일 조양호 전 회장이 별세하면서 그룹의 경영권 향방에 재계의 관심이 쏠렸다. 조 전 회장 별세 8일 만에 장남인 조원태 사장이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 회장에 오르면서 경영권 승계가 순탄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비쳐졌다. 당시 한진그룹은 조원태 사장이 그룹 경영권을 확보한 것이며, 이는 조 전 회장의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도 동의한 것이라고 설명했었다.
조양호 전 회장이 유언으로 "가족과 협력해 사이좋게 이끌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진가의 경영권 갈등설이 제기되면서 조원태 사장이 그룹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지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