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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장환의 스포츠史說] '최동원의 전설' 불러낸 미란다
[손장환의 스포츠史說] '최동원의 전설' 불러낸 미란다
  •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 inheri2012@gmail.com
  • 승인 2021.10.27 2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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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두산서 한 시즌 탈삼진 225개 기록해 '무쇠팔' 최동원 넘어
37년 만에 기록 깨져…기록 경기의 대명사 야구는 날마다 기록 싸움
'세이버메트릭스'란 야구 통계학을 바탕으로 한 영화 '머니볼'도 나와
두산베어스의 외국인 투수 미란다가 올 시즌 225개의 삼진을 잡아내면서 37년 만에 한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을 세웠다. 사진(두산베어스 미란다 선수(왼쪽),故 최동원 야구선수(오른쪽))=두산베어스,롯데/이코노텔링그래픽팀.
두산베어스의 외국인 투수 미란다가 올 시즌 225개의 삼진을 잡아내면서 37년 만에 한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을 세웠다. 사진(두산베어스 미란다 선수·왼쪽,故 최동원 야구선수·오른쪽),자료=두산베어스,롯데/이코노텔링그래픽팀.

스포츠의 모든 기록은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 국내 기록이든 세계 기록이든 '신기록'이라는 뉴스를 볼 때마다 눈이 커지고, 맥박이 빨라진다.

신(新)기록은 새로운 기록이므로 일회성이다. 다음 날부터는 바로 '최고 기록'으로 이름이 바뀐다. 그리고 그 최고 기록의 생명이 얼마나 유지될지, 언제 누구에 의해 깨질지 관심을 갖게 된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무려 37년간 깨지지 않던 기록이 올해 깨졌다. 한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이다. 고 최동원이 1984년 롯데 시절 세웠던 223 탈삼진은 그동안 잊고 있던 기록이었다.

그런데 두산의 외국인 투수 미란다가 올 시즌 225개의 삼진을 잡아내면서 37년 만에 그 기억을 꺼낸 것이다.

미란다는 시속 140km 후반의 속구와 똑같은 자세에서 던지는 포크볼로 타자들을 농락하면서 탈삼진 능력을 뽐냈다. 미란다가 대단한 것은 선발로만 28경기에 나와서 불과 173과 3분의 2이닝 만에 225개의 삼진을 기록한 것이다. 9이닝당 평균을 계산하면 11.66개나 된다.

최동원은 1984년 당시 혹사 논란을 일으킬 정도로 선발, 불펜을 가리지 않고 51경기에 출전해서 무려 284와 3분의 2이닝을 던졌다. 9이닝당 평균 탈삼진은 7개 정도다. 그렇다고 해서 미란다가 최동원보다 월등히 낫다는 해석을 하면 곤란하다. 프로야구 초창기 '선수 관리'라는 개념조차 희미한 상태에서 마구잡이로 등판했던 시절과 5일 로테이션을 철저히 지키는 지금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이다. 더구나 그동안 다른 투수들은 최동원의 기록에 근접하지도 못했으니까.

손흥민이 신기록을 세울 때마다 차범근이 소환되고, 차범근의 위대함이 재조명되는 것처럼 미란다의 신기록에 최동원이 소환됐고, 최동원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게 됐다.

이제 최동원의 탈삼진 기록은 역사 속에 묻히고, 기억에서 사라질 것이다. 이제부터는 미란다의 225가 최고 기록이 됐고, 신기록이 나오면 미란다가 소환될 것이다.

육상, 수영 등은 원래 기록경기지만 야구도 기록경기라고 부른다. 분명히 공을 던지고, 치고, 달리고, 점수를 내서 승부를 가리는 구기 종목이건만 야구를 기록경기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다.

타자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타율, 출루율, 장타율, OPS(출루율+장타율) 등이 동원되고, 투수들은 승률, 평균자책점, WHIP(이닝당 출루 허용율) 등 복잡한 기록으로 평가한다. 안타도 단타, 2루타, 3루타, 홈런으로 나누고, 볼넷과 도루도 따로 챙긴다. 수비 능력도 수치로 계산한다.

아예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rics)라고 야구를 통계학,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방법론까지 있다. 이 세이버메트릭스를 활용해 약팀이던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를 강팀으로 만든 빌리 빈 단장의 이야기를 다룬 '머니볼'이란 영화도 나왔다.

현장 기자 시절, 야구와 축구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야구팬과 축구팬이 서로 "그게 운동이냐"를 놓고 싸울 정도로 성격이 다른 종목이지만 기록에 관한 것도 달랐다.

야구장에 가면 구단 홍보팀에서 '오늘 예상 기록'이라는 홍보자료를 기자실에 배포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실에는 칠판에 크게 예상 기록을 적어놓았다. 오늘 경기에서 누가 승리하면 어떤 기록이, 누가 안타를 2개 치면 어떤 기록이 나오는지 상세하게 적혀있었다. 경기를 보지 않고도 기사를 쓸 수 있을 정도였다.

축구장은 홍보자료라는 게 아예 없었다. 심지어 황선홍이 8게임 연속 골에 도전하는 경기에서 포항 직원이 오히려 기자들에게 "정말이에요?"하고 반문할 정도였다. 당시만 해도 축구는 기록이 중요하지 않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 경기에서 포항이 페널티킥을 얻어 황선홍이 연속 득점 기록을 이어갈 수 있었으나 감독은 다른 선수에게 차게 했다. 물론 그건 감독의 결정이다. 억지로 세운 기록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언론과 팬들의 관심을 끄는 요소라는 점에서 매우 아쉬워했던 기억이 있다. (20년도 넘은 이야기다. 지금은 축구도 매우 다양한 기록을 활용하고 있고, 중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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