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19 20:30 (화)
[손장환의 스포츠史說] '손흥민 스피드' 도운 이재성
[손장환의 스포츠史說] '손흥민 스피드' 도운 이재성
  •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 inheri2012@gmail.com
  • 승인 2021.10.13 2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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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전서 순간 달리기로 '후방 침투'하는 루트 대표팀 경기서 개척해
김민재의 재발견 수확…피지컬서 이란선수 압도하고 빌드업도 일품
골 욕심을 내는 손흥민이야말로 한국 축구 대표팀에게 필요한 선수다. 사진(축구대표 선수 손흥민(가운데·오른쪽),축구대표 선수 김민재(왼쪽))=KFA/이코노텔링그래픽팀.
골 욕심을 내는 손흥민이야말로 한국 축구 대표팀에게 필요한 선수다. 사진(축구대표 선수 손흥민(가운데·오른쪽),축구대표 선수 김민재(왼쪽))=KFA/이코노텔링그래픽팀.

드디어. 내가 원하던 손흥민의 플레이가 나왔다.

그동안 소속팀인 토트넘에서의 손흥민과 대표팀에서의 손흥민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단짝인 해리 케인의 패스를 받아 순간 스피드를 이용한 돌파로 쉽게 득점을 하거나 소위 '손흥민 존'에서 왼발, 오른발 가리지 않고 슛을 때리는 게 토트넘에서 보여준 손흥민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대표팀에만 오면 그런 모습은 사라졌다. 일단 케인과 같이 손흥민의 스피드를 살릴 공간 패스를 해주는 선수가 없었다. 함께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으니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어쨌든 답답했다. 손흥민에게 볼이 연결되지 않으니 책임감이 강한 주장 손흥민이 자연스레 뒤로 쳐져 볼 배급을 하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손흥민이 제일 잘하는 플레이가 아니다.

10월 12일, 이란 테헤란에서 벌어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이란과의 원정 4차전에서 드디어 손흥민이 제일 잘하는 플레이가 나왔다. 도우미는 이재성이었다. 후반 3분, 손흥민이 가장 좋아하는 위치와 속도로 이재성의 패스가 떨어졌다. 놀라운 스피드로 이란의 최종 수비수를 가볍게 제친 손흥민은 골키퍼와 1대1로 맞선 상황에서 너무나 쉽게 골을 넣었다. 사진 세리머니까지 토트넘에서 보던 손흥민 그대로였다.

비록 1-1로 비기는 바람에 테헤란 원정 첫 승은 날아갔으나 손흥민-이재성의 멋진 호흡을 본 것만으로도 만족한 경기였다.

손흥민의 달라진 모습은 시리아와의 홈 3차전부터 보였다. 2차전까지 답답한 흐름 속에 단 1득점으로 1승 1무에 그치자 직접 해결사로 나선 것이다. 슛 기회가 생기면 망설임 없이 슛을 때렸고, 결국 결승 골까지 이끌어냈다. 이란과의 경기에서도 손흥민의 공격성은 이어졌다. 골 욕심을 내는 손흥민이야말로 한국 축구 대표팀에게 필요한 선수다. 경기 결과보다도 손흥민의 본 모습을 찾은 것이 더 반가웠다.

손흥민과 함께 김민재의 재발견도 가슴을 뛰게 했다. 중앙 수비수로서 듬직하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으나 이 정도로 잘할 줄은 몰랐다. 솔직히 말하면 완전히 다른 선수 같았다. 피지컬에서 이란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겠다는 생각은 했으나 압도할 줄은 몰랐다. 또한 수비에서 공을 잡은 뒤 서두르지 않고 빌드업을 전개하는 과정은 정상급 수비수의 모습이었다.

확실히 터키 페네르바체로 이적한 뒤 달라진 것 같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터키가 변방이긴 해도 유럽 리그에 속해있기 때문에 이전에 뛰던 중국과는 여러모로 차이가 난다.

김민재가 수비에서 중심을 잡아주고, 손흥민이 더욱 공격적으로 뛰고, 손흥민에게 공간 패스를 찔러줄 미드필더와 호흡을 더욱 맞춘다면 최종예선 결과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마음은 벌써 내년 카타르 월드컵 본선으로 가고 있다. 여건이 된다면 꼭 카타르 현지에 가서 월드컵을 보고 싶다. 카타르는 1993년 10월, 미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치렀던 곳이다. 축구 기자로서 첫 해외 출장이었는데 지옥과 천국을 함께 맛봤다. 1차전에서 이란을 3-0으로 이겨 기분 좋게 출발했는데(그때는 이란을 쉽게 이겼다) 일본에 0-1로 져서 탈락 위기에 빠졌다가 '도하의 기적'(이라크가 종료 직전 동점 골로 일본과 2-2 무승부)으로 본선에 진출한, 역사의 현장이다.

당시에는 카타르가 매우 생소한 곳이었다. 교민이 50명도 안 되는데 대사관이 있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알고 보니 한국의 건설사들이 진출해 한때 교민이 2,000명이 넘은 적도 있었고, 한국의 천연가스(LNG) 최대 수입국이었다.

그때는 내가 죽기 전에 다시 카타르에 올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기회가 생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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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86년 중앙일보 입사. 사회부-경제부 거쳐 93년 3월부터 체육부 기자 시작. 축구-야구-농구-배구 등 주요 종목 취재를 했으며 93년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98년 프랑스 월드컵,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한일 월드컵,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을 현장 취재했다. 중앙일보 체육부장 시절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으며Jtbc 초대 문화스포츠부장을 거쳐 2013년 중앙북스 상무로 퇴직했다. 현재 1인 출판사 'LiSa' 대표이며 저서로 부부에세이 '느림보 토끼와 함께 살기'와 소설 '파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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