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19 21:55 (화)
[김성희의 역사갈피] 政敵 '왕안석과 소동파'의 품격
[김성희의 역사갈피] 政敵 '왕안석과 소동파'의 품격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 jaejae99@hanmail.net
  • 승인 2021.10.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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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에게 버림받아 집에 있던 왕안석은 소동파가 체포구금 되자 구명 운동
소동파는 왕안석이 세상 떠나자 "이젠 논쟁할 일도 없다,후히 장례를" 상소
왕안석이 세상을 떠나자 병상에 누워 있던 사마광은 “개보(왕안석의 자)가 없으니 이제 논쟁할 일도 없습니다. 부디 호의를 후하게 베풀어 그의 마지막 길을 예우해 주십시오”라고 간청하는 상소를 올렸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왕안석이 세상을 떠나자 병상에 누워 있던 사마광은 "개보(왕안석의 자)가 없으니 이제 논쟁할 일도 없습니다. 부디 호의를 후하게 베풀어 그의 마지막 길을 예우해 주십시오"라고 간청하는 상소를 올렸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요즘 대권 경쟁에 나선 이들과 그 측근들이 벌이는 막말 퍼레이드를 보노라면 '진흙밭의 개싸움'이 따로 없다. 속된 말로 '너 죽고 나 살자'식이니 말 그대로라면 이들 중 누구도 뽑아서는 안 될 듯하다.

동양사에서 가장 치열한 정권 다툼을 들자면 11세기 중국 송나라 신종 시절 벌어진 신법당과 구법당의 갈등을 빼놓을 수 없다. 부국강병의 개혁을 추구하던 신법당의 우두머리는 왕안석, 이를 반대한 구법당의 대표적 인물로는 『자치통감』을 쓴 사마광, 문호 소동파가 있다.

이들은 그야말로 명운을 걸고 오랫동안 엎치락뒤치락했지만 금도(襟度)는 지켰으니 상대를 생사 대적으로 취급하지는 않았다.

오대시안(烏臺詩案)이란 게 있다. 소동파가 신법을 풍자하고 비판하는 시를 짓자 신당이 조정 비판죄로 그를 체포하여 감금한 사건이다. 이때 황제에게 버림받아 집과 가족을 잃고 고향에서 혼자 울분을 삼키고 있던 왕안석은 황제에게 상소를 올려 정치적 라이벌인 소동파의 구명 운동을 펼쳤다. 소동파는 자백을 강요하는 고문에 시달리고 주변의 친한 지인들도 겁이 나 감히 입을 열지 못했을 때 말이다.

소동파 또한 신종의 뒤를 이은 철종을 대신해 지은 칙서에서 "왕안석은 하늘의 뜻을 받아 대업을 추진한 보기 드문 귀재"라 치켜올리며 "슬기로움이 이치에 들어맞고 언변이 뛰어났다. 글 솜씨는 만물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듯 했으며, 용맹스러움이 천지를 뒤흔들었다"고 극찬했다.

왕안석이 세상을 떠나자 병상에 누워 있던 사마광은 "개보(왕안석의 자)가 없으니 이제 논쟁할 일도 없습니다. 부디 호의를 후하게 베풀어 그의 마지막 길을 예우해 주십시오"라고 간청하는 상소를 올렸다.

앙숙이던 이들이 후반에 이토록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도덕적 성품과 정치철학 덕분이었다. 왕안석은 수레를 이용하지 않았고, 첩을 들이지 않았고 유산을 남기지 않은 중국 역사상 유일한 재상이었다니 그의 사람됨을 알 수 있다.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의 불가피하게 반대파를 숙청하긴 했지만, 벼슬을 깎거나 지방으로 좌천시키는 정도였지 죄명을 날조하거나 함정에 빠뜨려 사지로 몰아넣지는 않았다.

이는 내가 이름만으로 서슴없이 책을 택할 수 있는 저자 중 한 명인 중국 인문학자 이중톈의 『제국의 슬픔』(에버리치홀딩스)에 나오는 이야기다. 지은이는 이를 송 대의 '정신적 귀족주의'라 했다. 우리 정치판에서는 언제쯤 이런 아름다운 장면을 볼 수 있을까. 이를 일러 백년하청(百年河淸)이라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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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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