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19 21:10 (화)
영화로 쓰는 세계 경제위기사(13) 마부제 박사⑤래퍼곡선과 MMT는 '한 몸'
영화로 쓰는 세계 경제위기사(13) 마부제 박사⑤래퍼곡선과 MMT는 '한 몸'
  • 이코노텔링 이재광 대기자
  • jkrepo@naver.com
  • 승인 2021.10.0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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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를 위한 '래퍼곡선'과 복지재정 마련 'MMT'의 검증되지 않은 '오월동주'
둘 다 정권잡는데 도움준 '정치이론' … 인간 본성과 욕망 채워준다는 공통점
필연적 인플레이션 과정에서 ' 누군가는 거부 된다 '는 음모론도 설득력 지녀

돌이켜 보면 '래퍼곡선'의 창시자 래퍼와 'MMT'의 창시자 모슬러가 서로 이론적 도움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이 매우 특이하다. 래퍼곡선은 '부자를 대변하는 보수당이 부자를 위해 세금을 감면해 주는 정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반면 MMT에는 '취약계층 보호와 복지재정 마련을 위한 진보진영의 경제논리'라는 이미지가 있다.

특히 '돈을 찍어 고용을 늘린다'는 사상은 사회주의와도 연결된다. 실제로 래퍼곡선의 전성기는 공화당의 레이건 행정부 시절이고, MMT는 지금, 즉 민주당의 바이든 행정부와 잘 어울려 보인다. 성향 상 상호보완보다 대립이 먼저 떠오르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이 두 이론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을 안다. 나아가 그 뒤에는 럼스펠드라는 '정치거물'이 버티고 있었다는 사실 또한 안다. 그리고 이 두 이론 모두 정치권에서 적극 나서서 정책에 활용했다는 사실도 안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서로 싸울 것만 같은 이 두 이론에도 공통점이 있는 것일까? 친화력이 있는 것일까?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공통점이라···. 있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래퍼곡선과 MMT. 과연 어떤 공통점을 갖고 있는 것일까?

래퍼곡선과 MMT의 첫 번째 공통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두 이론 모두, 학계 전반에서 이론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그래서 대다수 학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미성숙 이론이라는 점이다. 래퍼곡선은 나온 지 약 50년, MMT는 약 30년 됐지만 여전히 검증됐다고 보기 어렵다. 래퍼곡선은 경제학을 공부한 학자가 만들었으니 그나마 났다. 검증은 안 됐어도 체계적 논리는 있다. 하지만 MMT는 아예 투자 전문가에 자동차 개발자가 만든 이론이다. 경제학자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체계조차 세우지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MMT는 지금까지의 경제학 이론 대부분을 무시 또는 부정했고 그럼으로써 대다수 경제학자들 역시 MMT를 무시했다.

쓰레기통을 뒤지는 베네수엘라 청년. 포퓰리즘의 대명사가 된 베네수엘라는 감당할 수 없는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나라 전체가 초토화됐다.
쓰레기통을 뒤지는 베네수엘라 청년. 포퓰리즘의 대명사가 된 베네수엘라는 감당할 수 없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나라 전체가 초토화됐다.

그럼에도 두 이 이론은 정책으로 전격 채택됐다. 왤까? 여기에 두 이론이 갖는 두 번째 공통점이 있다. 두 번째 공통점은, 두 이론 모두 매우 '정치적'이라는 점이다. 이때의 '정치적'이라는 말은 '권력 장악의 욕망을 품고 있는' 또는 '권력 장악의 도구로 쓰일 수 있는' 등의 의미를 갖는다.

둘 모두 정치가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론이라는 얘기다. 정치가는 표를 원한다. 표는 인기에 따라온다. 래퍼곡선이 레이건 정부의 감세정책에 활용됐다면 MMT는 현재 바이든 정부의 '돈쓰기 정책'에 활용되고 있다. 래퍼곡선이 보수를 위한 것이라면 MMT는 진보를 위한 것이라고? 아니다. MMT는 공화당 소속의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때도 쓰였다.

정치는 인간의 본성과 욕망을 채워 주는 기능을 한다. 그래야 국민이 권력을 인정한다. 민주주의 시대다. 권력은 총부리가 아닌 표에서 나온다. 권력을 잡으려면 이 '표'를 잡아야 한다. 그러니 유권자가 원하는 걸 해줘야 한다. 그게 뭘까? 결국 '돈' 아닐까? 그것도 '현찰'. 지갑을 꺼내 막 돈을 내려는데, 응, 됐어, 안 내도 돼 하면 그렇게 고마울 수 없다. '래퍼곡선'은 이것이다. 세금을 안내면 돈이 굳는다. 그것도 현찰로. 하지만 더 고마운 게 있다. 아예 지갑에 돈을 꽂아주는 것이다. 그것도 현찰로. 하지만 이건 어렵다. 보는 눈이 많아서다. 그런데 기회가 왔다. 팬데믹. MMT가 무대 위에 섰다. 주인공이다. 연출자가 외친다. 현찰은 당신 호주머니에! 표는 내 호주머니에!

이제 MMT를 말하며 래퍼곡선에 대해 길게 얘기한 이유를 알았을까? 그래, 둘은 하나인 것이다. 흔히 래퍼곡선은 보수ㆍ우파ㆍ부자를 위한 것으로 MMT는 진보ㆍ좌파ㆍ취약층을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니다. 21세기 정치는 지형이 바뀌었다고 한다. 이제 진보도 보수도, 좌도 우도 없다는 것이다. 오직 표에 탐닉하는 포퓰리즘만 있을 뿐. 표만 얻을 수 있다면 오른쪽도 MMT를 왼쪽도 래퍼곡선을 정책으로 채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의문이 생긴다. 21세기 정치만 그러냐는 것이다. 정치란 본래 그런 거 아닐까? 권력만 잡을 수 있다면 뭐든 하는. 민주주의는 1인 1표다. 대중의 환심을 사야 권력을 얻는다. 민주주의와 포퓰리즘은 찰떡궁합인 것이다. 대부분의 역사학자들은 포퓰리즘의 출발을 19세기 후반 미국의 인민당(People's Party)에서 찾고 있지 않나. 레이건 시절에게도 포퓰리즘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3년 간 25%의 소득세 감면 정책은, 부자들에게 혜택이 많이 가기는 했어도, 대중 전반이 반긴 것 또한 사실이다. 수사학적 측면에서도 레이건은 포퓰리즘에 호소했다. '큰 정부'에는 '비용(cost)'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감세'에는 '개혁(reform)'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씌었다.

다시 현실로 돌아오자. MMT가 장악한 세상. 정말 돈을 찍어도 괜찮을까? 적자재정, 국가부채는 문제가 안 되는 것일까? 인플레이션이 오면 바로 접을 수 있을까? 게다가 인플레이션은 한 번 오면 잡기 어렵다던데···. 미국은 돈 풀기를 줄이겠다는 테이퍼링(Tapering)을 고려중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한국은 금리를 인상했다. 그러자 주가가 좀 떨어지더니 다시 오르고 있다. 집값은 아예 '나 몰라'라다. 물가 상승세도 수그러들지 않는다. 과연 MMT는 어떻게 될까? 인플레이션은 어떻게 될까? 진짜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올까? 하이퍼인플레이션의 최근 사례 베네수엘라를 보라. 너무나 불안하고 두렵다.

이론은 논리다. 이런 논리 저런 논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역사는 현실이다.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는 있지만 일어난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역사는 말한다. 한 공동체 안에 돈이 너무 많으면 반드시 인플레이션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돈이 엄청나게 더 많으면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온다. 우리는 이를 가리켜 하이퍼인플레이션이라 말한다. 그리고 역사는 이 하이퍼인플레이션의 파괴적 힘을 알려준다. 대다수 기업과 국민이 알거지가 된다. 인플레이션 초기에 집값 오른다고 좋아하면 안 된다.

여기에 '음모론'도 있다. 인플레이션, 하이퍼인플레이션의 뒤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플레이션 과정에서 누군가는 거부(巨富)가 된다. 이들은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기 위해 돈을 찍어도 괜찮다는 논리를 만든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인플레이션을 통해 거부가 된 정치인ㆍ관료들이 여럿 있다. 물론 돈을 찍어낼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다. ➀전쟁 때, ➁전쟁이 끝난 뒤 ➂나라가 갚아야 할 돈이 너무 많을 때, ④엄청난 경제위기가 왔을 때. 그 필연적 귀결은 무엇일까? 이제 1920년대 독일의 사례를 통해 하이퍼인플레이션의 원인과 결과를 보자. 그리고 오늘의 MMT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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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광 이코노텔링대기자❙한양대 미래인재교육원 겸임교수❙전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사회학(고려대)ㆍ행정학(경희대)박사❙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뉴욕주립대 초빙연구위원, 젊은영화비평집단 고문, 중앙일보 기자 역임❙단편소설 '나카마'로 제36회(2013년) 한국소설가협회 신인문학상 수상❙저서 『영화로 쓰는 세계경제사』, 『영화로 쓰는 20세기 세계경제사』, 『식민과 제국의 길』, 『과잉생산, 불황, 그리고 거버넌스』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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