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와 정치권의 규제 강화에 직면한 카카오가 소상공인과 협력사 지원을 위한 상생기금을 조성하고 모빌리티 일부 사업을 조정하기로 했지만, 택시와 대리운전 업계 및 소상공인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14일 사회적 책임을 통감한다며 카카오택시의 스마트호출 서비스를 폐지하고, 택시 기사 대상 프로멤버십 요금을 월 9만9000원에서 3만9000원으로 인하하기로 했다. 대리운전 기사들과도 상생을 위해 기존 20%의 고정 수수료 대신 수요공급에 따라 0~20% 범위로 할인 적용되는 변동 수수료제를 전국으로 확대 적용한다고 밝혔다.
택시업계는 카카오의 상생 방안이 업계에서 요구해온 공정배차 담보나 수수료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와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서울개인택시조합은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스마트호출 서비스는 적정 수준의 호출료를 받으면 자연히 해결되는 문제인데, 이를 폐지하는 것은 기존 유료 서비스 이용고객을 통째로 T블루 호출로 유입시키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개인택시조합은 "카카오가 시장지배력을 행사하는 한 택시산업 교란 행위는 언제든 재개될 것"이라며 카카오에 수수료를 1%로 제한하고 중형택시 가맹사업 중단, 광고료와 정보제공료 지급 등을 요구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등 택시 4단체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프로멤버십 제도는 가입자와 비가입자 간의 극심한 갈등과 대립을 야기하는 것이 본질적 문제점"이라며 "폐지하지 않고 가격을 소폭 인하에 그친 것은 택시업계를 기망하는 것으로 상생 방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리운전업계는 대리운전 변동 수수료 정책 확대는 오히려 카카오 지배력을 공고히 할 뿐이라며 반발했다.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는 "카카오가 수수료 인하 정책을 펴면 기존 대리운전 회사들이 버틸 수 없어 시장을 독식하게 된다"며 "진정으로 상생을 하고 싶다면 플랫폼 기업답게 콜을 직접생산(운영)하지 말고 중계 시스템만을 운영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전국연대노동조합 플랫폼운전자지부,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도 "변동 수수료제는 기존 대리업계에서도 하는 방식으로, 새롭고 대단한 혜택이 아니다"며 "진정으로 대리기사와 상생하고자 한다면 월 2만2000원인 기사의 제휴콜 프로그램 가격을 카카오 진입 전처럼 무료로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상공인연합회도 카카오가 발표한 상생 방안이 면피용 대책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논평을 통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 대한 제재 절차를 밟고 국정감사에서 김 의장에 대한 증인 채택 여론까지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를 일시적으로 모면하기 위한 면피용 대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카카오는 대리운전과 헤어숍 예약 등 소상공인의 생존을 위협하는 시장에서 즉각 철수하고 다른 골목상권 업종에 대한 무분별한 진출을 중지해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도 계류 중인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에 즉각 나서 빅테크 기업의 횡포를 제어할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