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9:05 (토)
[손장환의 스포츠史說] '불멸의 무쇠팔' 최동원 10주기
[손장환의 스포츠史說] '불멸의 무쇠팔' 최동원 10주기
  •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 inheri2012@gmail.com
  • 승인 2021.09.1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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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한국시리즈서 4승거둬 전무후무 할 '야구 대기록' 남겨
강병철 감독의 혹사 논란에도 최동원 "그 상황 오면 또 던질 것"
필자와 대학 동기…말년 불우…영웅의 '불꽃 인생'은 잊지 못해
최동원은 84년 정규리그에서 선발로 20경기, 구원으로 31경기 등 51경기에 나와 14경기를 완투했다. 사진(부산 사직야구장에 위치한 故 최동원 선수 동상(왼쪽),故 최동원 선수(오른쪽))=롯데 자이언츠/이코노텔링그래픽팀.
故 최동원 선수는 84년 정규리그에서 선발로 20경기, 구원으로 31경기 등 51경기에 나와 14경기를 완투했다. 사진(부산 사직야구장에 위치한 故 최동원 선수 동상(왼쪽),故 최동원 선수(오른쪽))=롯데 자이언츠/이코노텔링그래픽팀.

9월 7일 장효조 10주기, 8일 하일성 5주기, 14일 최동원 10주기.

유독 돌아가신 야구인들이 많이 생각나는 한 주간이었다. 특히 하일성 위원이나 최동원 선수와는 개인적인 인연이 많아서 더 그리웠다.

최동원 선수는 나와 연세대 77학번 동기다. 경남고 시절부터 스타였던 그의 주위에는 항상 사람이 많았다. 백양로를 걸어가며 여학생들에게 "떡라면 무러 가입시더"하면서 활짝 웃던 그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나중에 그가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에 출연했을 때 그 이야기를 꺼냈더니 "어, 어떻게 알았어요. 나 진짜 떡라면 좋아해요"라며 웃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벌써 10년이라니 믿어지지 않는다.

'무쇠팔''철완''비운의 선수' 등 최동원을 수식하는 별명이 많지만 '1984년 한국시리즈' 하나만으로도 끝난다. 당시 최강 삼성이 '져주기' 추태로 OB보다 만만한 롯데를 한국시리즈 상대로 골랐다. 그러자 롯데 강병철 감독이 "1,3,5,7차전 최동원 선발로 4승 3패로 우승하겠다"는 출사표를 내보였다. 기가 막힌 최동원이 "그렇게 못하겠다"고 하자 강 감독이 "우짜노. 여까지 왔는데" 했다고 나중에 최동원이 직접 전했다.

나는 지금도 강병철 감독을 욕한다. 강 감독은 실제로 1,3,5,7차전에 최동원을 내보냈을 뿐 아니라 2승 3패로 몰리자 6차전에는 5회에 구원으로 최동원을 올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9월 30일부터 10월9일까지 딱 열흘 동안 다섯 게임 출전에 네 게임 완투. 더구나 전날 8이닝 던진 투수를 바로 다음 날 5이닝을 던지게 하고, 이틀 뒤에 또 선발로 완투하게 하는 미친 감독은 동서고금(東西古今)에 없다.

그것만이 아니다. 최동원은 84년 정규리그에서 선발로 20경기, 구원으로 31경기 등 51경기에 나와 14경기를 완투했다. 이미 총 284.4이닝이나 던진 선수를 이렇게 학대한 것이다.

최동원은 감독의 기대대로 1차전 완봉승, 3차전 완투승을 거둔다. 5차전은 8이닝 완투패. 6차전 5이닝 구원승에 이어 7차전 완투승으로 롯데의 우승을 이끌었다.

최동원은 지금도 4승, 4완투, 40이닝 등 모두 10개의 한국시리즈 기록을 갖고 있다. 아마 영원히 깨지지 않을 것이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당사자인 최동원은 공식적으로 강 감독을 욕하거나 원망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본인도 당시에 "함 해보입시더"하며 동의했으니까. 2010년경 항암 치료 중이던 최동원이 방송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다시 그 상황이 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퀭한 눈을 반짝이며 "아마 또 던질 겁니다"라고 답했다.

최동원의 위대함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보통 이렇게 '팔을 갈리면' 투수 생명이 끊어지거나 최소한 다음 시즌에는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동원은 85년에도 14완투를 하면서 평균자책점 1점대를 기록했다. 86년에는 17완투, 87년에도 15완투를 이어간다. 한 시즌 내내 완투 경기를 보기 힘든 현재로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기록이다.

이렇듯 대단한 최동원인데 왠지 마음 한구석이 짠하다. 불행했던 선수 마지막, 은퇴 후 야구판 외곽으로 맴돌던 시절, 암으로 일찍 삶을 마감한 일생 등이 스쳐 간다.

따지고 보면 최동원이 프로선수로 뛴 기간은 불과 8시즌밖에 되지 않는다. 82년 세계선수권 출전 때문에 남들보다 1년 늦은 83년에 롯데에 입단했고, 선수협 결성을 주도했다고 89년 삼성으로 트레이드된 뒤 2년 만에 은퇴했으니까. 그러고 보니 롯데에서는 고작 6년이었네.

8년 정규시즌 통산 103승 74패, 평균자책점 2.46은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선발 124 경기 중 65%인 81게임을 완투(15 완봉)한 최동원을 나는 '영웅'이라고 부른다. 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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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86년 중앙일보 입사. 사회부-경제부 거쳐 93년 3월부터 체육부 기자 시작. 축구-야구-농구-배구 등 주요 종목 취재를 했으며 93년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98년 프랑스 월드컵,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한일 월드컵,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을 현장 취재했다. 중앙일보 체육부장 시절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으며Jtbc 초대 문화스포츠부장을 거쳐 2013년 중앙북스 상무로 퇴직했다. 현재 1인 출판사 'LiSa' 대표이며 저서로 부부에세이 '느림보 토끼와 함께 살기'와 소설 '파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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