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속에 40여명의 정상과 국제기구 수장을 초청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고 수입을 확대하겠다는 등 일련의 대외개방 조치를 발표했다.
시진핑 주석은 26일 베이징 국가회의중심에서 열린 제2회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막식 연설에서 외자시장 진입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외국기업의 투자금지 대상인 네거티브 리스트를 크게 줄이고 서비스업, 제조업 등에서 전방위적 대외개방 추진을 약속했다. 이 같은 발언은 미·중 무역분쟁 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상황에서 중국의 개방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분쟁을 조기에 타결하고자 하는 의도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외자 지분 소유와 독자 경영을 더 많이 허용하겠다"면서 "자유무역 실험구와 자유무역항 건설을 가속하며 공급자 측 구조개혁을 통해 과잉생산을 도태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재권 보호 강화는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지키는 것은 물론 국가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면서 "외국인의 지재권 관련 권익 보호를 강화하고 지재권 침해 행위를 엄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주석은 상품과 서비스 수입을 대폭 늘리겠다는 입장도 표명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자 세계의 시장으로 인민의 생활 수요 충족을 위해 관세를 낮추고 비관세 장벽을 없애며 중국 시장의 대문을 끊임없이 열겠다"면서 "무역흑자를 추구하지 않으며 외국의 질 좋은 농산물과 제품을 수입해 균형 있는 무역발전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환율절하를 하지 않겠다면서 위안화 환율을 합리적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하도록 하고, 대외개방 정책을 이행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시 주석은 "개방확대 수요에 따라 법규를 수정 및 보완하겠다"면서 "시장을 왜곡하는 비합리적인 규정과 보조금 등을 없애고 시장화와 법치화를 통해 경영환경을 보완하겠다"고 약속했다.
시진핑 주석은 이처럼 미국을 염두에 둔 개방 조치를 약속하면서도 패권 정책 '일대일로' 확장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일대일로 건설은 세계경제 성장을 위해 새로운 공간을 개척했고 국제무역과 투자를 위해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었다"면서 "일대일로 건설은 세계 각국 발전에 새 기회를 제공했고 중국의 개방과 발전에 신천지를 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이 고속도로, 철도, 항만 등 일대일로 조성에 노력할 것이라면서 실크로드 펀드와 다자간 개발 융자 협력을 가속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채무 함정 외교'라는 지적을 의식한 듯 일대일로 융자 지침과 채무 지속 가능성 분석 체계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우리는 무역 및 투자 자유화를 촉진하며 보호주의를 명확히 반대한다"면서 "경제 세계화가 더 개방, 포용적이고 균형적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