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 23:30 (화)
[손장환의 스포츠史說] 김경문의 낯 뜨거운 '깍두기 야구'
[손장환의 스포츠史說] 김경문의 낯 뜨거운 '깍두기 야구'
  •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 inheri2012@gmail.com
  • 승인 2021.08.08 1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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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용 선수에 대한 병역특례 등 지나친 지원책 없애야
올림픽 출전팀도 적고 연령 제한 없는 메달 사냥 불공정
수십억~1백억 몸값 못한 '부진 트리오'가 한국야구 민낯
도쿄 올림픽 한국 야구 대표팀에 많은 사람이 분개한 이유는 투지도, 열정도, 의지도 없는 야구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받는 동메달만 따면 된다'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자료,사진(도쿄 올림픽 한국 야구 대표팀 김경문 감독(왼쪽))=도쿄 올림픽·패럴림픽경기대회조직위원회,KBO/이코노텔링그래픽팀.
도쿄 올림픽 한국 야구 대표팀에 많은 사람이 분개한 이유는 투지도, 열정도, 의지도 없는 야구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받는 동메달만 따면 된다'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자료,사진(도쿄 올림픽 한국 야구 대표팀 김경문 감독(왼쪽))=도쿄 올림픽·패럴림픽경기대회조직위원회,KBO/이코노텔링그래픽팀.

한국 대표선수들이 처음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출전한 1948년 런던 올림픽 이후 70년이 넘는 동안 우리 대표팀이 지기를 바란 적이 있었을까.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도쿄 올림픽에서 나왔다. 야구 동메달 결정전을 보던 많은 국민이 상대인 도미니카공화국을 응원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되는' 일본에 진데다 미국에는 두 번이나 져서 망신살이 뻗쳤는데 그래도 동메달을 딸 수 있다는 사실에 분개했다. 그건 우리에게 좋은 일인데 왜 화가 났을까.

그 저변에는 병역 혜택이 깔려 있다. 각종 대회에 출전하는 대표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에는 연금과 포상금이 있는데 특히 남자들에게는 병역 특혜가 더 주어진다. 올림픽은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면 4주간 훈련으로 병역의 의무를 다한다.

많은 사람이 분개한 이유는 투지도, 열정도, 의지도 없는 야구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받는 동메달만 따면 된다'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올림픽 개막 전에 이미 코로나 방역 지침을 어긴 대표선수 두 명이 교체되는 등 미운털이 박힌 상태였다.

무 깍두기 김치를 만들 듯이 1이닝 안팎으로 투수를 기용해 뭔가를 보여주려한 김경문 감독의 용병술도 한심해 보였다. '우물 안 개구리 야구'의 전형을 보여줬다. 수십억원~1백억원의 몸값을 받으면서 1할대 타율에 그친 '부진 트리오'의 방망이는 낯 뜨거울 정도다. 미국 마이너리그서도 스타팅 멤버에 들기 쉽지 않은 선수들이 국내선 엄청난 몸값을 받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 비해 한 참 떨어진 수준의 프로야구를 하면서 우승 한 번 해보겠다면서 뭉칫돈을 쓰는 프로야구단도 이번 기회에 팀운영 전략을 다시 짜야 할 것이다.  

높은 연봉을 받는 '내수용 야구선수'들이 이번에 국제무대에서 제대로 평가를 받은 게 어쩌면 다행이다. 이들에 대한 지나친 지원책은 없어져야하고 정당한 댓가 이상의 몸값이 형성되고 있는 국내 프로야구 시장도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그럴 돈이면 고교야구 등 아마추어 선수들의 성장 생태계를 지원하는게 미래 한국야구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다른 종목과의 형평성도 있다. 수영 자유형 100m에서 한국신기록과 아시아신기록까지 세운 황선우, 육상 높이뛰기에서 24년 만에 한국기록을 갈아치운 우상혁. 기초종목인 수영과 육상에서 한국 최고의 성적을 거두며 감동을 안겨준 이들은 4위라서 병역 혜택이 없다.

그런데 야구는 겨우 6개 팀 중에서 3위만 해도, 3패를 당하며 실망을 줘도 7명이나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불편한 진실이다. 더구나 야구는 전원이 프로선수다. 축구처럼 연령 제한도 없다. 프로선수에게 병역 혜택은 돈과 직결된다. 돈과 명예를 다 거머쥐는 기회치고는 너무 허술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현장 취재했던 입장에서는 상전벽해(桑田碧海)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베이징 때 한국 야구는 일본, 미국, 쿠바를 모조리 꺾고 9전 전승이라는 놀라운 성적으로 금메달을 땄다. 김경문 감독과 선수들은 영웅이었고, 국내 프로야구의 전성기를 만들었다.

그런데 13년 만에 온갖 욕을 먹는 대표 욕받이로 전락하고 말았다. 야구는 올림픽 종목으로서 대표성이 없다는 이유로 베이징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퇴출된 종목이다. 그런데 일본이 금메달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개최국 자격으로 이번에 집어넣었다. 또 금메달 획득을 위해 참가국을 6개국으로 제한하고, '더블 일리미네이션'이라는 희한한 제도까지 도입했다. 한국은 이 제도의 최대 수혜자가 될 수도 있었으나 오히려 최악의 희생양이 됐다.

결과를 놓고 보면 차라리 4위를 한 게 다행인지 모른다. 만약 야구팀이 동메달을 땄으면 이번 올림픽의 감동이 모두 야구 논란에 묻혔을 가능성도 있다. 앞으로 올림픽에서 야구와 관련한 논란은 없을 것이다. 파리 올림픽부터는 다시 종목에서 빠지기 때문이다. 일본은 결승에서 미국을 꺾고 기대했던 대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만일 일본이 도쿄 올림픽에서 야구를 부활시키지 않았다면 한국이 올림픽 마지막 금메달리스트로 남았을 텐데 하는, 부질없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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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86년 중앙일보 입사. 사회부-경제부 거쳐 93년 3월부터 체육부 기자 시작. 축구-야구-농구-배구 등 주요 종목 취재를 했으며 93년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98년 프랑스 월드컵,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한일 월드컵,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을 현장 취재했다. 중앙일보 체육부장 시절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으며Jtbc 초대 문화스포츠부장을 거쳐 2013년 중앙북스 상무로 퇴직했다. 현재 1인 출판사 'LiSa' 대표이며 저서로 부부에세이 '느림보 토끼와 함께 살기'와 소설 '파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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