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세에 그룹 총수 올라 공격적 인수합병으로 영역 넓히고 미래산업 일궈
사들인 기업 임직원 고용 보장하는 등 사업확장 과정서 의리와 신용 중시
천안함 유가족 우선 채용하고 중동 현장에 광어회 공수한 일화는 유명해

한화그룹 김승연(69) 회장이 1일 회장 취임 40주년을 맞았다. 한화그룹은 코로나19 상황임을 감안해 특별한 행사 없이 2일 아침 사내 방송으로 기념식을 대신했다.
김승연 회장은 이날 기념사에서 "40년간 이룬 한화의 성장과 혁신은 한화 가족 모두가 함께했기에 가능했다"며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100년 기업 한화를 향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1981년 취임한 김 회장은 1993년 그룹 명칭을 한국화약에서 한화로 바꿨다. 회장 재임기간 화학·금융 회사를 잇따라 인수하며 자산 7548억원이던 회사를 현재 217조원으로 288배, 매출액은 1조1000억원에서 65조4000억원으로 60배로 키웠다.
김 회장은 창업자인 부친 김종희 회장이 갑작스럽게 타계하며 29세 젊은 나이에 총수 자리에 올랐다. 이후 적자 상태인 기업이나 다른 그룹의 비주력 계열사들을 인수하는, 특유의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전략으로 사세를 키웠다.
취임 이듬해인 1982년, 제2차 석유파동의 불황 속에서 적자인 한양화학과 한국다우케미칼을 미국 다우케미칼로부터 인수해 석유화학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하는데 기여했다. 2002년에는 외환위기 여파로 어려움을 겪던 대한생명(현 한화생명)을 인수해 국내 2위 생보사로 도약시켰다.
2012년에는 파산한 독일 태양광 기업 큐셀을 인수해 미국·독일 등에서 태양광 모듈 부문 1위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2015년에는 삼성의 방산 및 석유화학 부문 4사를 약 2조원에 인수하는 빅딜로 재계를 놀라게 했다. 사업 고도화와 시너지 제고를 통해 방산 부문은 국내 1위로 도약했고, 석유화학은 매출 20조원을 돌파하면서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한화는 재계 7위 그룹으로 도약했다.
세계시장에서의 약진도 그룹 성장의 또 다른 목표다. 1981년 7개였던 해외거점이 469개로 늘었고, 미미했던 해외 매출도 지난해 16조7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김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둥지만 지키는 텃새보다는 먹이를 찾아 대륙을 횡단하는 철새의 생존 본능을 배우라"고 강조했다.
한화그룹은 "김 회장은 사업 확장 과정에서도 신용과 의리를 강조해왔다"며 "기업 인수 때도 직원들의 고용 보장을 우선했고, 천안함 희생자 유가족의 채용을 지원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라크 건설현장 직원들을 위해 광어회를 공수하고, 서울 플라자호텔 리모델링 당시 전 직원에게 유급 휴가를 실시한 것은 널리 알려진 일화다.
김 회장은 지난 40년의 도약을 발판 삼아 항공우주, 미래 모빌리티와 친환경에너지, 스마트 방산과 디지털 금융 솔루션 등에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3월 그룹의 항공우주 사업을 주도할 전담조직(TF) '스페이스 허브'를 출범시키며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에게 팀장을 맡겼다.
스페이스허브에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쎄트렉아이 등이 참여하고 있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분야에선 미국 오버에어사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와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그린수소 에너지 분야에서도 효율을 높인 수전해 기술 개발, 수소 운반을 위한 탱크 제작 기술 확보 등 다가올 수소사회에 대비하고 있다. 최근 수소 혼소 가스터빈 개조회사를 인수하는 등 친환경 민자 발전사업에도 진출할 계획이다.